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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혜 <주>판권연구소 대표 |
최근 몇 년간 부캐(원래 캐릭터가 아닌 부 캐릭터)가 떠오르며 부캐들의 전성 시대를 맞이했다. 연예인들의 새로운 캐릭터, 역할극을 보며 즐기다가 사실 우리 일상에도 모두 부캐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
이는 사회에 학습된 가면 쓴 나 자신일 수도 있을 것이며, 익명의 공간에서 음침함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나 자신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을 페르소나(Persona)라고도 하는데, 페르소나란 고대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썼다 벗었다 하는 가면을 말한다. 현대엔 통상적으로 "이미지 관리를 위해 쓰는 가면"을 의미하고 심리학 용어로서의 페르소나 또한 '어떤 사람이 사회 생활을 하며 주변 사람들의 태도나 반응에 따라 좋은 이미지로 포장하기 위해 본성을 숨기고 가면을 쓴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우리에게도 다양한 페르소나가 존재한다. 첫 번째로 카카오톡에 올려놓은 프로필 사진이다. 휴대폰 사용 시간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에 대외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나 자신의 모습을 올려 둔다. 카카오톡이 나오기 전, 한때는 아바타가 우리를 대신했지만 지금은 어떤가. 보여주고 싶은 나의 사진을 업로드 한다.
두 번째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상에서의 우리다. 애초에 '좋아요'라는 버튼은 사람들로 하여금 묘한 성취감을 느끼게 하며 경쟁심마저 유발하게 한다. 이 성취감을 얻기 위해 우리는 하루하루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찾아 SNS에 담는다. 어떤 이는 일 잘하는 이의 모습으로 남겨지고 싶어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의 모습을 연출하고, 없어도 있는 척 무리해서라도 재력을 과시하기 위한 명품 샷을 찍기도 한다. 반면에 삐뚤어진 관심 구걸로 평소에는 잘 지내다가 SNS만 열면 불행을 전시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보여주는 대로, 연출하는 대로 믿기에 이러한 타인의 페르소나를 보고 상대적 박탈감과 열등감을 느껴 우울해하기도 한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SNS 중독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최소 1.7배에서 최대 2.7배까지 높다고 한다. 이는 타인의 일상을 보고 느끼는 감정도 있겠지만 나 자신도 무엇인가를 연출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포함일 것이다.
세 번째, 네이버 카페와 BAND 등 다양한 커뮤니티 내에서의 우리다. 오죽하면 '넷카마'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을 정도인데 넷카마란 온라인, 모바일에서 여성을 사칭하며 활동하는 남성을 뜻하는 은어로, 인터넷의 넷(net)과 여장 남자를 뜻하는 일본어 오카마(おかま)의 합성어이다. 꼭 여장 남자를 하지 않아도 익명의 공간에서 우리는 흔히 주작과 허언을 마주하지 않는가.
현실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두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누군가로부터 '막돼먹었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사회에서 요구하는 도덕과 질서, 의무 등을 따르며 자신의 본성을 감추고 다스린다. 하지만 이러한 페르소나는 굉장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킨다. 자신의 본 모습과 페르소나의 격차가 크게 발생하면 이를 '야누스'라고도 하는데, 이 이름을 한 번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들어봤을 것이다. 두 얼굴의 사나이로 알려진 이 신은 본래 수호신이었지만 중세를 거쳐오며 두 얼굴을 가졌기에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가리켜 야누스 같다고 한다. 요즘엔 어디 그렇지 않은 현대인을 찾기가 어렵지 않은가. 부캐에 빠져 본캐가 병들지 않기를, 자신들의 마음도 정신도 잘 다스리는 어른이 되기를 바라본다.박성혜 <주>판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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