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제는 가루쌀 재배를 시작할 때

  • 김규욱 국립종자원 경북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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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4 07:42  |  수정 2022-11-14 07:59  |  발행일 2022-11-14 제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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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욱 (국립종자원 경북지원장)

최근 세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곡물 가격 상승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제 밀 가격 폭등으로 밀가루 가격과 가공식품·외식 등 식품 물가가 치솟는 위협을 받았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국내 쌀값은 급락하는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그래서 농민들의 시름만 깊어졌다.

국내 쌀값이 급락한 이유는 쌀 생산량 대비 연간 쌀 소비량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2021년 기준 1인당 국내 연간 쌀 소비량은 56.9㎏으로 이는 전년(57.5㎏)대비 0.6㎏ 감소했다. 1990년(119.6㎏)과 비교하면 30여 년 만에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쌀 생산량도 2015년 433만t을 기록한 이후 매년 점진적으로 감소 추세다. 그러나 여전히 소비량에 비해선 공급량이 많다. 지난해에는 쌀 생산량이 388만t으로 전년보다 10% 가까이 증가했으니 시장 논리에 따른 쌀값 하락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쌀값을 안정시켜 농가의 소득을 보전하고 우리 농업의 도약을 위해선 기존 재배면적은 유지하면서 쌀의 공급을 대폭 축소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올해 '가루쌀을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계획을 마련하여 실행하고 있다. 2027년까지 가루쌀 20만t을 시장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4만2천ha 수준의 벼 재배면적을 가루쌀 재배로 전환해 밀가루 수요(연 200만t)의 10%(20만t)를 가루쌀로 대체하는 것이다.

가루쌀 적합 품종은 농촌진흥청에서 육성한 '바로미2' 품종이다. 기존 벼 품종보다 제분(쌀가루 만듦)과 가공 적성이 우수해 밀가루 대체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며 올해 국립종자원에 신품종으로 등록됐다. 이제는 정책이 원활하게 실행돼 빠른 시일 내 우량 종자를 생산해 재배농가에 공급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국내 식량종자 대부분은 국립종자원을 통해 생산·공급하고 있다. '바로미2' 품종도 현재 보급종 생산·공급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보급종 종자를 생산(단계: 기본식물→원원종→원종→보급종)해 농가에 공급하기까지는 평균 4년 정도가 필요하다. 국립종자원은 우리 농업의 당면과제 해결과 정부 정책의 뒷받침을 위해 기존의 생산·공급 체계 중 원종 생산 단계를 생략하고 원원종을 충분히 확보해 보급종을 생산·공급하는 체계를 통해 공급 시기를 기존보다 1년 단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국립종자원은 재배포장에 '바로미2'를 심어 품종의 재배 생육 특성을 조사했으며, 내년부터는 각 도 농업기술원에서 농촌진흥청으로부터 기본식물을 받아 본격적으로 원원종을 생산하고 국립종자원에선 보급종 채종을 위해 일부 지역에 시범 포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국립종자원 경북지원에서도 시범 포장 조성 계획에 포함돼 향후 가루쌀 채종에 적합한 지역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24년에는 '바로미2' 보급종 880t 생산, 2025년부터 790t을 농가에 공급할 계획이며 2026년에는 공급량을 대폭 확대해 2천여t을 공급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바로미2'를 정부수매 품종으로 포함할 예정이다. 또 향후 '전략작물직불제' 지급 대상 품목으로도 검토하고 있어 기존 작물 재배보다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정책과 우리 농가의 적극적인 협조가 어우러진다면 쌀 수급 안정과 수입 밀가루 대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된다. 이는 식량안보 강화와 우리나라 농업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경북 농업인들도 가루쌀 관련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실행한다면 경북 농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규욱 (국립종자원 경북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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