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참사'를 보는 여권의 태도와 인식 바뀌어야

  •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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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4  |  수정 2022-11-14 06:54  |  발행일 2022-11-14 제25면

[단상지대] 참사를 보는 여권의 태도와 인식 바뀌어야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특정 사안의 '정치화' 여부는 정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사회적 상황 등에 따라 좌우된다.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회적·공적 이슈는 기본적으로 '정치적'이다. 그러나 특정 사안이 갈등 관리와 위기 해소라는 정치의 본령에 다가서는 '정치화'의 경로를 따르느냐, 진영으로 나뉘어서 '정쟁화'의 토양을 마련하느냐는 전적으로 권력을 쥔 세력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

'이태원 참사' 이후 보름이 지난 현시점에서 권력이 참사를 대하는 방식과 태도는 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휘 라인에 있는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의 보고와 지휘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수사와 무관하게 밝혀진 사실이다. 경찰 지휘의 사령탑인 행정안전부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장관이나 청장을 바꾸라는 것은 후진적"이라며 "참사 원인 판단부터 해야 한다"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인식, 국회에서 "웃기고 있네"라는 메모를 써서 대통령 참모로서의 부적절한 언행을 보여준 김은혜 홍보수석 등 대통령 주변 인사들이 이번 참사를 대하는 태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외국인 포함 국민 157명이 희생된 참사에 어느 공직자도 사의 표명이 없는 상황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국가기구의 정상 채널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현장의 경찰뿐만이 아니라 계선 라인에 있는 고위 공직자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할 일이다.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핵심 원리는 대표성과 책임성, 반응성 등이다. 헌법 제7조 1항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명백하게 헌법에 배치되는 이태원에서의 국가의 역할 부재에 대해 어느 공직자도 사퇴는 물론 사의 표명조차 없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사법영역과 정치영역은 엄연히 다르다. 사법영역에서는 분명한 혐의가 있을 경우에 물러나야 한다. 무죄추정의 원칙도 적용된다. 그러나 진상규명과 사태수습은 책임질 자리에 있는 공직자가 물러서고 난 이후부터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 보편에 부합하는 일이다.

민의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바라봐야 한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사태수습 이후에 경질 등 조치가 취해질지의 여부를 예단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을 국민 일반은 정상으로 받아들일까. 이번 참사는 일반 사건 사고가 아니라는 인식이 보편적 정서요, 민심이다. 이러한 민심에 조응하는 것이 '반응성'이다. 수사 후에 유무죄 여부를 보고 조치하겠다는 입장은 정치영역에서는 성립되지 않는다.

민의를 외면하고 아집과 확증편향에 몰입된 정치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보편과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이러한 정치가 작동하지 않을 때 반정치와 반지성이 기승을 부리고 유언비어와 가짜뉴스가 판칠 토대가 무르익는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극단의 양대 진영의 세력이 혼란과 무질서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14년의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에 얼마나 큰 상처를 남겼는지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유가족의 아픔과는 별개로 정치권이 갈리고 국민도 분열되고 진영 간 대결의 정쟁으로 얼룩진 제2의 세월호 사태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국가·정부의 태도는 지양되지 않으면 안 된다. '참사'는 이미 '정치'가 아닌 '정쟁'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이는 정부 여권이 자초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그래야 지지율 상승을 통한 국정동력도 회복할 수 있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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