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만號' 마무리 캠프 (4)] 현장 리포트, 지옥으로 간 사자들…역대급 훈련에 선수들 '눈 질끈'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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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4  |  수정 2022-11-14 08:21  |  발행일 2022-11-14 제22면
뜨거운 햇볕 아래 매일 10㎞ 러닝…까맣게 그을리고 뱃살 '쏙'

"여태 해본 캠프 중 가장 힘들다"…진지하지만 유쾌한 분위기

코치 "한계치까지 느껴봐야 실전서 통하는 실력 갖출 수 있어"
[박진만號 마무리 캠프 (4)] 현장 리포트, 지옥으로 간 사자들…역대급 훈련에 선수들 눈 질끈
삼성 라이온즈 박한이(왼쪽) 타격 코치가 13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에서 내야수 조민성에게 타격 자세를 지도하고 있다.
[박진만號 마무리 캠프 (4)] 현장 리포트, 지옥으로 간 사자들…역대급 훈련에 선수들 눈 질끈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마무리 캠프가 진행 중인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
"비교요? 고민할 것도 없이 이번 캠프가 가장 힘들어요."

삼성 라이온즈 마무리 캠프가 한창인 13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엔 이른 아침부터 선수들의 앓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러닝 훈련을 하던 한 선수는 3년 전 일본 후쿠시마 미야자키현에서 진행한 마무리 캠프와 이번 캠프를 견주어 달라는 요청에 망설임 없이 이번이 평생 겪어본 어떤 훈련보다 힘들다며 고개를 저었다.

전날 오키나와 전역에 내린 비로 이날 아카마 구장 그라운드에 대한 정비가 진행됐다. 이로 인해 오전엔 야수조가 실내에서 배팅, 투수조는 잔디에서 러닝 훈련을 각각 소화했다. 쉴 틈 없는 맹훈련에 선수들은 눈을 질끈 감았고, 괴성을 내질렀지만, 표정은 되레 후련함과 즐거움이 묻어났다.

코치진과 선수들이 티격태격 장난치는 장면도 목격할 수 있었다. 특히 박한이 타격 코치가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자세를 지도하면서 능숙하게 분위기를 끌어갔다. 내야수 조민성이 배트를 휘두를 때 힘을 줘야 할 포인트를 상세히 알려주는 등 진지하면서도 때론 농담을 건네는 등 힘든 훈련을 유쾌하게 풀어갔다.

넓은 잔디밭을 오전에만 30바퀴 가까이 뛴 투수조는 해탈한 표정으로 정현욱 투수 코치에게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코치진 설명에 따르면 한 바퀴가 400m쯤으로, 총 10㎞가량 되는 거리를 뛰었다. 지난 2일부터 쭉 비슷한 강도로 훈련한 점을 고려하면 눈과 다리가 풀릴 만한 훈련량이다. 그런데도 선수들은 "한 바퀴 줄여달라"는 소심한 투정 외엔 군말 없이 일정을 따랐다.

점심시간이 되자 선수들은 삼삼오오 모여 배를 채웠다. 식사를 마친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저마다 가장 편안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었다. 박진만 감독이 지나가며 "이 정도 훈련은 할 만하지 않냐"고 묻자 선수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니다"고 단호하게 답하기도 했다.

더 강렬해진 햇볕 아래 시작한 오후 훈련도 경쾌했다. 야수조는 정비를 마친 그라운드에서 수비 훈련을 했고, 투수조는 피칭을 가다듬었다. 야수조도, 투수조도 지칠 대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으나, 큰 목소리로 기합을 넣으면서 훈련을 이어갔다. 2시간 가까이 뜨거운 햇볕을 쬐며 뛴 선수들은 공식 훈련을 끝내고도 구장 주변을 달리면서 마지막까지 남은 체력을 쥐어짰다.

이번 캠프 훈련 스케줄을 짠 권오경 수석 컨디셔닝 코치는 "선수들을 한계 지점까지 몰아세울 목표로 훈련계획을 짰다. 각자가 한계치를 느끼고, 이를 넘어서는 고된 과정을 거쳐야 이번 캠프 이후에도 개인 훈련을 열심히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박 감독은 "우리 팀만 해외 전지훈련을 나왔다. 그만큼 성과를 거둬야 한다"며 "몸이 힘들 때 마음이 급해지고, 실수가 나온다. 지금처럼 힘든 훈련을 통해 극한 상황을 경험하고, 반복 훈련을 하면서 안정적인 자세를 찾아야만 실전에서도 통하는 실력을 갖춘다. 남은 기간에도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 2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이어지는 마무리 캠프는 어느덧 절반을 지났다. 얼굴은 까맣게 그을리고, 뱃살이 쏙 들어간 사자군단이 남은 지옥 훈련에서도 살아남아 목표하는 바를 달성해 낼지 주목된다.

글·사진=일본 오키나와에서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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