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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숙 국회의원 (국민의힘) |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은 지 7년이 지난 지금, 마약은 이미 우리 생활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이제는 일반인들도 SNS를 통해 손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고, 마약 1회분 가격이 치킨 1마리 값 수준으로 떨어져 구매력이 낮았던 사람들도 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돼버렸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인터넷과 SNS 등에 익숙한 10~30대 MZ세대의 마약 중독 추세가 심상치 않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살 빼는 약' '공부 잘되는 약' 등으로 불리는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 처방·구매해 오남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클럽 등에서 본인도 모르게 마약에 중독된 사례도 있다.
마약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정부와 국회도 마약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여러 의원들로부터 마약류 의약품의 관리와 재활 지원과 관련하여 많은 지적이 있었다. 마약 문제는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범률이 높은 중독자에게 재활 지원을 강화하여 사회로 복귀시키는 것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약을 단 한 번이라도 접했다면 본인의 의지로는 절대 끊을 수 없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공통된 이야기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마약중독은 치료가 필요한 뇌질환이다. 그런데 재범률이 매우 높은 마약 중독자들에 대한 치료와 재활은 뒷전인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마약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은 전국에 21곳이 있다. 하지만 매년 마약사범만 1만명이 넘게 발생하고 있는데도 치료보호 실적은 연 300건도 안 됐고, 두 개 의료기관에서 전체 환자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 두 의료기관을 제외하면 나머지 의료기관들이 치료한 중독자 수는 의료기관별 연간 0~2명 수준이다. 심지어 지정된 21개 의료기관 중 9곳은 5년 동안 단 한 명의 중독자도 치료한 실적이 없었다. 게다가 마약류 중독 환자 한 명의 1개월간 입원치료 비용은 최소 500만원에 달하는데 관련 예산은 지자체 매칭 포함하여 약 8억에 불과했다. 과연 정부가 중독자 재활 지원에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청소년·청년 마약 범죄는 폭증하는데, 마약 예방교육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보건법과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등에서부터 마약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하나, 다른 교육 등과 함께 시행되거나, 전문성 없는 담임교사가 교육하거나 가정통신문으로 대체하는 등 형식적으로 시행되고 있어 내실화가 필요하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켄싱턴 거리는 좀비 거리라는 별칭이 있다. 길거리에는 마약 중독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마약에 취한 사람들이 구부정하게 걷는 모양새가 마치 좀비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러한 별칭이 붙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켄싱턴 거리가 생기지 말란 법은 없다. 해마다 마약 투약·유통·공급 혐의로 1만명이 넘는 마약사범이 검거되고 있지만, 드러나지 않은 마약사범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0월 윤석열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특단의 대책을 지시했다. 하지만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약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중독자 재활과 예방교육도 함께 해야 한다. 쉽지 않은 전쟁이겠지만 반드시 승리하여 다시 마약 청정국 지위를 되찾기를 기대해 본다.
최연숙 국회의원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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