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휘발유-경유 가격 역전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유럽발(發)에너지 대란에 따른 경유 공급 부족으로 경윳값이 치솟고 있어서다.
1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3일 기준으로 대구지역 주유소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1.9원 오른 ℓ당 1천607.71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경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10.4원 오른 ℓ당 1천856.75원으로 집계됐다.
휘발윳값은 2주 연속 올랐고 경윳값은 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휘발유와 경유 가격 차이는 249.04원까지 벌어졌다. 이는 올해 대구지역에서 휘발유-경유 가격 역전이 처음 발생한 지난 5월13일(1.8원 차) 이후 두번째로 큰 격차다. 지난 12일엔 249.18원으로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올해 대구지역 휘발유-경유 가격 역전 현상은 지난 5월13일부터 같은달 25일까지 이어졌다. 이후 6월13일에 다시 가격 역전 현상이 일어났고 지난 7월29일엔 100원 차이, 지난달 18일엔 200원 차이를 넘어섰다. 경유가격 역전 기조는 지금까지 유지되면서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공급망 불안으로 경유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국제 경유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경유 수요가 많은 유럽에서 러시아 원유 수입을 금지하며 전 세계적으로 경유 공급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국제 경유 가격 자체가 비싸졌다"며 "환율 상승도 국내 석유제품 가격 인상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유류세 인하 정책이 정액이 아닌 정률이어서 같은 비율로 유류세를 인하해도 휘발유에 비해 경유 가격 하락 폭이 적은 것도 가격 역전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휘발유-경유 가격 역전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일부 경유는 난방용으로도 사용하고 있어 겨울철이면 수요가 더 늘기 때문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경유는 난방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북반부의 추위가 본격 시작되면서 난방용 경유를 저장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높은 경윳값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면 에너지바우처 지급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유 교수는 "경유는 영세자영업자들의 연료로 사용되는 측면도 있지만, 고급 경유차 연료이기도 하다. 일괄적으로 경유 가격을 지원하면 여유가 있는 이들을 도와주는 측면도 있어 지원 정책을 펴기가 그리 간단치 않다"며 "유일한 방법은 영세자영업자 또는 경유를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서민들에 대해선 에너지바우처를 지급하거나, 지급 금액을 늘리는 게 아닐까 싶다. 저소득층을 위한 에너지바우처 지급액이 연간 18만원 정도인데, 지금보다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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