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당나라 측천무후의 리더십과 핼러윈 참사

  • 박헌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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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5 07:29  |  수정 2022-11-15 07:33  |  발행일 2022-11-15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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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경 (변호사)

중국 역사상 3대 악녀로 불리는 여태후, 측천무후 및 서태후는 모두 황후들로서 자신의 반대파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황제를 능가하는 절대권력을 휘둘렀다. 세 황후 중 측천무후는 스스로 황제로까지 즉위하여 통치한 중국 역사상 유일한 여황제다. 그는 공포정치를 했다는 비난으로 악녀로 불리지만 동시에 민생을 잘 보살펴 나라를 훌륭히 다스린 황제라는 칭송도 같이 받고 있다.

송나라 이후 유교사상에 빠진 유학자들에 의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많이 받았으나 쑨원의 신해혁명 이후 그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달라졌다. 30세에 황후가 된 후 중국 역대 최고령의 나이인 67세에 국호를 당에서 주(周)로 고치고 황제로 즉위하였고, 80세에 죽을 때까지 총 50년간(655~705) 중국을 통치하여 중국의 전성기를 만들었다. 이때를 춘추전국 시대 주나라와 비교하여 무후가 다스린 주(周)라 하여 무주(武周)시대라 한다.

측천무후는 공포정치로 황제의 지위까지 올랐지만 정치가로서는 매우 유능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과거제도를 제도적으로 정착해 나라에 필요한 많은 인재를 배출, 적재적소에 등용했다. 실력 있는 대신 적인걸, 장간지 등을 중용하여 당 태종의 '정관(貞觀)의 치'에 버금가는 당 전성기를 만들었고 백성의 생활은 풍족하였다. 통치 기간 둔전과 염전을 만들어 농업생산력이 발달하면서 수공업과 상업도 동시에 번성하였고 문화는 흥성하였다. 과부의 재혼을 가능하게 하는 등 여성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서도 노력하였고 신하들의 올바른 간언을 받아들였다. 치세 50년 동안 민란이나 봉기가 일어난 것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이러한 그의 치세를 '무주(武周)의 치'라 부르기도 하는 것이다.

유약한 당 고종은 오래도록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660년부터 중풍으로 건강이 악화하자 무후가 정무처리를 돕기 시작했고 이 해에 백제가 당의 침략으로 멸망하였다. 무후는 665년부터 고종을 대신하여 고구려 원정계획을 수립하였고 연개소문의 맏아들 남생이 당에 투항하자 이적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군대를 보내 668년 고구려마저 멸망시켰다. 이렇게 무후는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우리의 적이지만 당나라를 부흥하고 당의 국력을 충실히 한 중국의 훌륭한 리더이다. 측천무후가 권력을 잡지 않았다면 고구려의 멸망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무후는 죽기 전에 "나의 묘비에 한 글자도 새기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고 후세에 그녀의 묘비는 '무자비(無字碑)'라 불린다.

측천무후에 비견되는 우리나라의 인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박정희는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고 유신독재라는 공포정치를 펼쳤지만 정치가로서는 매우 유능한 인물이었다. 지도자로서의 통찰력이 있었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중용하였다. 국민을 보릿고개의 절대빈곤에서 해방시켰고 공업과 상업이 비약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하였으며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승리하였다. 박정희에 대하여는 민주화 운동가나 주체사상세력에 의해 독재자라는 부정적인 평가만 받고 있지만 중국의 덩샤오핑 정권 시절 덩샤오핑을 비롯한 중국 정치가들과 학생들은 박정희의 리더십을 본받기 위하여 공부하였다. 박정희는 쿠데타 후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는 말을 남겼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최근 핼러윈 참사로 많은 젊은이가 희생당하였다. 참사의 책임자들을 처벌하기 위하여 특수본은 용산경찰서장,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용산구청장 등을 과실치사상죄 등으로 입건하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찰의 부실 대응이 참사의 원인이라고 경찰을 강도 높게 비판하였다. 그러나 참사의 근본적 원인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등용하지 못한 대통령이 최종 책임자라 할 것이다. 국가 최고지도자의 리더십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박헌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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