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지역 정책의 컨트롤 타워를 생각한다

  •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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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6  |  수정 2022-11-16 06:51  |  발행일 2022-11-16 제30면
균형발전·자치분권委 통합

尹정부 지방시대委 곧 출범

집행 권한 없는 자문기구로

정책 추진 과정 길어질 수도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수요칼럼] 지역 정책의 컨트롤 타워를 생각한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지난 11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지방시대 엑스포' 기념식 축사에서 정부가 입법 예고한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켜 지역 정책의 컨트롤 타워"로 삼겠다고 말했다.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발언이다.

노무현 정부 이래 대한민국의 지역 정책은 각기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담당하는 대통령 소속의 두 위원회가 주도해 왔다. 이러한 배치에 담긴 뜻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중앙집권적 관성을 벗어나기 어려운 정부의 관련 부처들에 지역 정책의 주도권을 맡기지 않겠다는 것이고, 또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미묘한 긴장과 갈등을 두 위원회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관리·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취약점도 없지 않았다. 예컨대, 대통령이 얼마나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추진력이 좌우될 수밖에 없었다거나 대통령의 리더십 행사와 관련하여 두 위원회 사이에 기능중복이 있었던 점들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거버넌스를 바꾸겠다면서, 기왕의 두 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의 '지방시대위원회'로 통합하는 대안을 내세웠다.

하지만 각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의 관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이러한 공언에는 선뜻 신뢰를 보내기 어려운 측면이 적지 않다. 여소야대의 입법환경에도 불구하고 집권 6개월이 지나도록 절대다수 야당과의 협치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점은 공지의 사실이니 제쳐 두도록 하자.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대안 자체에도 존재한다.

우선 지방시대위원회의 정치적 위상이 지역 정책의 컨트롤 타워가 되기에는 상당히 부족한 측면이 있다. 대통령 소속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방시대 종합계획 등의 수립에 관한 자문기구에 그치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려고 하더라도 독자적인 집행 권한이 없는 자문기구의 한계는 바뀌지 않는다.

관련 부처의 장관들을 당연직 위원으로 삼은 점은 언뜻 진전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출범한 상황이고, 현행 법제상 주요 사항은 국무회의를 거쳐야 하기에, 지역 정책의 추진 프로세스가 너무 길어지고 일부 기능중복이 벌어질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정부의 조직과 안전 사무를 총괄하면서 자치업무까지 관장하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과 권한은 과도하리만큼 커질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관련 법률안을 살피면, 크게 세 가지 특징이 드러난다.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 공약인 '기회발전특구 지정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을 지방시대위원회의 심의의결사항에 포함하고, 시·도 및 시·군·구 단위까지 지방시대위원회를 설치하는 근거를 두면서도, 사무국은 행정안전부(지방자치분권지원단)와 산업통상자원부(지역균형발전지원단)가 각기 별도로 설치하게 했기 때문이다. 앞의 둘은 윤석열 정부의 지역 정책을 지원하는 측면이 있지만, 세 번째는 중앙정부 관료집단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의미가 강하다. 어쩌면 이 세 가지는 인수위 이래 대통령실과 관련 부처 사이에서 벌어졌던 나름 치열한 물밑 협상의 결과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지방시대위원회는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이 살아 있고,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경우에만 중앙정부 내부에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새로 출범한 중앙지방협력회의나 관련 부처들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야당의 협조를 얻어 관련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솔직히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 지역 정책의 거버넌스 자체를 바꾸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기획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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