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이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에서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
한국프로야구(KBO) 삼성 라이온즈가 마무리 캠프를 펼치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는 '야구의 섬'이다. 삼성뿐 아니라 여러 KBO리그 구단들이 시즌 종료 후와 다음 시즌 전 방문해 훈련하고, 일본프로야구(NPB) 구단 상당수가 제2구장 수준으로 인프라를 갖추고 훈련하기로 유명하다.
오키나와에 9년째 거주하는 한국인 김모(31)씨에게서 오키나와 야구 열기에 대해 들어봤다.
김씨는 "NPB 리그엔 오키나와를 연고로 하는 구단이 없다. 그래서 오키나와 본섬과 주변의 작은 섬마을들이 각 구단과 협력해 늦가을과 봄에 훈련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관리한다. 스프링 캠프가 열리는 시기가 되면 오키나와에 작은 시즌과도 같은 이벤트가 연출되는데 훈련장을 유치한 마을끼리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스프링 캠프 기간 각 마을 훈련장 앞은 축제가 펼쳐진다. 임시 팀 스토어가 열리고, 프로야구 선수를 만나고, 연습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마을을 찾는 야구팬으로 활기가 넘친다. 인파가 몰려 숙소나 렌터카를 찾는 데 애를 먹을 정도라고 한다.
김씨는 "일종의 팬 서비스 차원이기도 하다. 일본 사람의 야구 사랑은 상상을 넘어서는데, 오키나와 연고 팀이 없는 대신 각 구단이 전략적으로 오키나와를 찾아 조금은 소외될 수 있는 팬까지 챙기는 모습이다. 그 덕분에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오키나와가 야구의 섬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엔 훈훈한 날씨가 큰 몫을 차지한다. 오키나와의 11월 평균 기온은 24℃(이하 NOAA 기준)로 대구(13℃)보다 약 2배 높다. 2월은 오키나와가 평균 19℃, 대구가 6℃로 3배 넘게 차이가 난다.
관절과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 정지된 상태에서 순간적인 근력 사용이 요구되는 야구 종목 특성상 추운 날씨는 부상 위험이 커 많은 야구팀이 따뜻한 곳을 찾아다니며 훈련을 펼친다. 따뜻한 오키나와는 일본 야구 구단들엔 물론이거니와 한국과도 거리가 가까워 효율적인 캠프 운영이 가능한 장소인 셈이다.
![]() |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을 환영한다는 플래카드가 붙은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 모습. |
삼성은 한국 구단 가운데는 유일하게 전용 훈련장소를 갖춘 구단이다. 2005년부터 2019년까지 15년 연속 오키나와 온나손의 아카마 구장을 사용하고 있다. 구단 차원에서 온나손 마을과 장기 계약을 체결, 2013년엔 실내 훈련장 건립과 부지 전체를 체육공원으로 다듬으면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7월 온나손을 방문해 올해까지였던 계약을 연장하며 미래에 재투자했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지난 10여 년 오키나와에서 아쉬움 없이 훈련했다. 일본 구단이 아카마 구장을 노린다는 변수가 있는데, 우리로서도 이보다 나은 장소가 없어서 앞으로도 쭉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오키나와에서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