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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 전 대구YWCA 사무총장 |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자주 거론되는 단어가 있다. 로컬크리에이터, 로컬프렌들리, 로컬라이제이션 등 이 시대 청년들이 주목하고 삶으로 도전하게 하는 단어가 바로 '로컬'이다.
마을만들기,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사업이 장소 중심이었다면 이제 운영자, 즉 사람을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인구예측이 불가능하고 전 세계 꼴찌의 출산율이 현실이라면, 이제는 현재 상태에서 더 행복하게 살 방법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부모 세대는 숨 가쁜 오름의 시대를 살면서 주변 한 번 돌아볼 여유 없이 너도나도 올라가니까 그 물결에 휩쓸려 오직 산꼭대기를 향해 달려온 느낌이다. 반면 지금의 청년들은 어쩌면 산을 내려가는 시기를 살면서 천천히 주변도 살피고, 어느 시인의 말처럼, 올라갈 때 못 본 꽃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도 하고 산을 내려가면 무엇을 하고 살아야 행복할까 등의 고민을 하는 것도 같다. 하산도 쉬운 길은 아니다. 삐끗할까 발목에 힘을 주며 손을 서로 잡고 내려가고 있기에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의 상호공존의 생태계를 자연스럽게 학습해 가는 것은 아닐지.
마을은 개인 스포츠가 아니라 팀 스포츠다. 혼자 빛나려 하지 않고 생태계를 구축하고 그 일부가 기꺼이 되어야 지속가능하다. 생태계가 구축되면 균형 잡힌 물질과 에너지 순환으로 장기간에 걸친 자기 유지 상태가 지속된다. 생태학적 입장에서 모든 구성요소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전체 관계의 그물망 속 관계의 일부로 작동하는 것이다. 충남대 윤주선 교수는 생태계의 핵심 개념을 호혜성, 연쇄성, 자발성으로 정리한다. '호혜성'은 각 구성요소가 특별한 이익을 바라지 않고 하는 행위가 종국에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상태로 Give First와 가장 어울리는 활동이다. '연쇄성'은 상호 행위가 하나의 단계에서 멈추지 않고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그 효과를 여러 단계로 이어가는 것이며, '자발성'은 각 주체의 행위가 문화와 놀이의 일부가 되어 스스로 즐거운 상태에서 시작되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서 윤 교수는 "마을 안에서 다수의 로컬크리에이터가 호혜성, 연쇄성, 자발성에 따라 서로 연결되고 영향을 끊임없이 주고받을 때 마을의 생명력이 살아나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러한 실험은 청년들을 중심으로 이미 여러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국YWCA도 올해 100주년을 맞이해 3년 전부터 '로컬라이즈 군산'이란 이름으로 이 도전을 하고 있다. 대구와 서울의 청년 둘이서 고전분투하고 있다. '지역을 살리는 청년이 되고 싶다. 살고 싶은 지역을 만들고 싶다. 지역에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지구도 힘들어지고 이 시대, 이 나라 청년들이 다들 힘들다 하는데 난 무엇을 해야 가슴 뛰는 일을 할 수 있을까?'가 도전하게 된 동기라 한다. "소셜픽션! 제약 없고 조건 없는 상상을 마음껏 해보고 싶었는데 이것이 사회 문제 해결의 시작이 되었어요. 3년 동안 1천440시간을 청소했고 5번의 이사와 많은 도전과 실패, 지금까지의 순수익은 0, 소중한 자산은 알게 된 사람들과 경험, 용기와 에너지! 함께 잘 사는 법인 것 같아요. 군산에서 오지라퍼가 되어 지역의 자랑을 찾아내고 또래 청년들을 만나는 이 시간이 참 행복해요." 군산으로 급기야 주소를 옮긴 대구 청년 손씨를 만나면서 왜 대구에서는 할 수 없었니? 물어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원한다.
내가 태어나고 내가 자라난 이 지역을 사랑하며 맘껏 상상하는 우리 청년들을….
박선 전 대구YW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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