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좋은 말을 기대하며

  • 박순진 대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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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21  |  수정 2022-11-21 06:53  |  발행일 2022-11-21 제26면
혐오와 분열의 거친 말 난무

자극적·공격적 언어가 득세

상대방과 공존 않겠다는 뜻

정치인과 관료, 언론의 언어

사회 통합과 희망 얘기해야

[아침을 열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좋은 말을 기대하며
박순진 (대구대 총장)

요즘 뉴스를 보려면 여간한 일에는 동요하지 않고 상처받지 않으리라 결심해야 한다.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이 훨씬 더 많은 시국이다. 금리가 큰 폭으로 인상되고 경제의 불확실성은 커져만 가는 데다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일반 시민의 삶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국가끼리 편을 짓고 블록화하는 등 국제 정세도 심상치 않은데 남북한 갈등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선진국이라 자처하는 대한민국에서 믿기 어려운 참사가 일어났는데도 선뜻 책임지겠다는 고위공직자는 없다.

이런 현실만으로도 견디기 힘든데 정치인과 관료들은 파당을 짓고 일반 시민들도 덩달아 집단을 형성하여 온라인·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연일 거친 말을 주고받는다. 정치인과 관료들이 앞장서 자극적이고 강렬한 표현을 쏟아내고 있다. 텔레비전과 신문 그리고 각종 뉴미디어에는 일면식도 없는 일반 시민들이 서로를 향하여 증오와 배제의 말을 거침없이 표출하고 한 사람이 공격을 시작하면 여럿이 우르르 몰려가 뭇매를 놓는 일이 연일 되풀이되고 있다. 나름대로 사연이야 있겠지만 참으로 볼썽사납다.

얼핏 지금 세상은 강한 자들이 득세하는 듯하다. 자극적인 표현이 더 주목받고 공격적인 말들이 상황을 주도하는 듯하다. 주로 사회 내의 특정 하위집단에서 통용되던 짧게 축약된 강렬한 표현과 자극적인 비속어 등이 지금은 공공연히 사용되고 있다. 국가와 사회 발전을 책임진 정치인과 관료가 일반 시민 간의 격한 다툼에서도 보기 힘든 노골적 비방을 서슴지 않고 혐오 정서를 적나라하게 내보이는 현실은 정상적이지 않다. 상황에 편승하여 언론매체마저 무리 지어 논란을 확산시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본디 말은 소통의 수단이다. 누군가에게 내가 생각하는 바를 전달하고 동시에 상대방의 말을 들으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일이 사람들 간에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의 본질이다. 때로는 상대방에게 거칠게 욕할 일도 있겠지만 말을 매개로 한 상호작용은 소통을 촉진하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치인과 관료의 자극적이고 강렬한 언어, 일반 시민들이 표출하는 혐오와 배제의 말, 그리고 언론매체가 무리 지어 논란을 벌이는 일들은 상대방과는 공존하지 않겠다는 인식을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

흔히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한다. 말의 힘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다. 이것을 뒤집어 보면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쌓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내가 하는 말은 내 마음의 표현이다. 나쁜 말은 그 사람의 마음이 팍팍한 지경에 놓여 있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말은 내 입에서 나가고 내 귀가 가장 먼저 듣는다. 나쁜 말을 하면 그 말은 다른 누구보다 먼저 내가 듣고 내가 먼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혐오와 분열의 언어로 스스로를 가두는 일은 현명한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정치 지도자와 국가 관료 그리고 언론이 증오를 앞세우는 사회는 좋은 사회가 아니다. 누군가를 공격하고 특정 집단을 배제하는 일이 능사가 아니다. 정치인과 관료가 앞장서 혐오와 배제를 말하고 언론이 동조하여 분열을 꾀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 일반 시민의 말이 험악해지는 이유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힘든 현실 때문이다. 정치인과 관료는 힘든 현실을 개선하는 일에 힘쓰면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좋은 말을 해야 한다. 언론은 통합과 희망을 말해야 한다.

박순진 (대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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