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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두현 국회의원 (국민의힘) |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4일이 지났다. 정부에서 정한 국가애도기간에 정치권은 정쟁을 자제하고 야당은 사고 수습과 대책 마련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약속했다. 그러나 애도기간이 끝나자마자 야당은 진영 논리를 앞세워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정쟁의 소재로 삼고 있다. 경찰의 수사와 감찰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정조사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장외 여론전에 나섰고, 진상규명보다는 '네 탓 공방'에 열을 올리며 정치적 희생양부터 찾고 있다. 이태원 참사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희생자 유족들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친야(親野) 인터넷 매체가 유족들의 동의도 없이 희생자 명단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을 두고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국민적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 할 일은 이태원 참사와 같은 비극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철저히 진상을 밝혀 비극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한 대표적 사례가 2003년 프랑스이다. 그해 8월, 프랑스를 강타한 유례없는 폭염으로 무려 1만5천명이 사망했다. 당시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노인대책에 소홀했던 프랑스 당국은 1년 동안 철저한 원인 규명 작업을 벌인 끝에 이듬해에 폭염 4단계 경보체제와 함께 양로원에 냉방시설을 의무화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폭염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프랑스는 이러한 피해 경험과 폭염 방지 대책을 바탕으로 2006년 다시 되풀이된 폭염 때에는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국가적 재난과 사고의 위험은 늘 있다. 국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매뉴얼로 철저히 관리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태원 참사와 같은 국가적 재난이 발생하면 첫 번째, 재난으로 인한 추가피해가 없도록 수습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두 번째, 철저하게 원인을 밝혀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잘못이 드러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질 사람은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예측하기 어려운 대형 참사를 예방하고,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정치적으로 책임질 사람부터 찾는 것은 순서가 아니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해야 누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책임 소재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이다. 그때 국민이 공감하는 엄정한 책임을 물어 일벌백계로 다스리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야권에서 이태원 참사의 경찰 수사에 대해서 '꼬리 자르기'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통상 '꼬리 자르기'라는 것은 몸통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정권차원의 비리가 있을 때 잘못이 있는 책임자를 두고 실무자를 처벌할 때 쓰는 말이다.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과 용산구청의 대응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던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정치적·도의적 책임이 분명히 존재한다. 실질적 잘못이 있는지도 수사 등을 통해 살펴야 한다. 하지만 참사의 정쟁화에 매몰돼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안전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소홀해서는 절대 안 된다.
더 이상 국민의 슬픔을 정치적 도구로 쓰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 정치 선동을 멈추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여야가 함께 지혜를 모으는 것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예의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윤두현 국회의원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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