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남북한 관계 변화에 주는 함의

  • 박문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 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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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28  |  수정 2022-11-28 06:51  |  발행일 2022-11-28 제26면
북한도 월드컵 녹화본 방영

한국 지상파 3사 합의 통해

'한반도 중계권' 지원 결정

北의 호응과 사회 변화 이끌

적극적·선제적 조치 필요해

[아침을 열며]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남북한 관계 변화에 주는 함의
박문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 북한학 박사

세계는 지금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축제가 한창이다. 4년마다 개최되는 월드컵이지만 이번 월드컵에 대한 관심은 다른 어떤 때보다 더 뜨겁다. 처음으로 중동에서 열린 경기이자 겨울에 열린 월드컵인 이유뿐만 아니라 기나긴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세계인들이 정말 오랜만에 월드컵 경기를 보며 함께 모여 응원하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 본선은 비록 32개국밖에 출전하지 못하지만, 월드컵 축제는 전 세계인의 것이다. 여기에는 북한도 빠질 수 없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21일 저녁 뉴스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 소식을 전한 후, 22일부터는 매일 녹화 중계본을 경기당 한 시간 정도 분량으로 편집해서 방영하고 있다. 물론 편집본에는 북한 체제에 위협이 될만하거나 남한의 국제적 위상이 드러나는 내용, 즉 태극기나 현대자동차 로고 등을 흐릿하게 처리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일본 등 적대국 경기는 방영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2019년 9월부터 시작한 이번 월드컵 2차 예선에 참가했었고, 우리와 같은 H조에 편성되었었다. 같은 해 10월15일에는 우리 대표팀과 평양에서 예선전을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2020년 4월,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이유로 예선 참여를 포기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자력갱생'과 '핵무력 고도화'를 선언하며, 국경을 봉쇄하고 '자본주의 황색바람'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는 북한이지만 월드컵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관심만은 외면할 수 없는 모양이다.

TV 중계권료가 상당히 비싼 월드컵 경기를 조선중앙TV가 방영할 수 있는 것은 FIFA가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로부터 한반도 중계권을 양도받아 북한에 지원했기 때문이다. 사실 월드컵이나 올림픽의 경우 북한이 무단으로 방영하기도 하지만, 통상 북한이 아시아방송연맹(ABU) 측에 중계 지원을 요청하면 한반도 중계권을 가진 우리나라 지상파 3사가 합의해 지원을 결정하곤 했다.

올해 들어 북한은 탄도미사일은 35차례, 순항미사일은 3차례 발사했다. 특히 지난 18일에는 미국 본토까지 사정거리를 고도화한 '화성-17형' 대형 탄도미사일을 실험발사하며, "행성 최강의 ICBM을 보유했다"고 선전했다. 또한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라는 목소리를 높이며, 한반도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내일이면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지 5주년 되는 날이다.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숭고한 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일 것"이라고 발표했던 2017년과는 달리 "국가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자위권 행사를 시비질하는 데 대해서는 그가 누구이든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초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한 지난 22일 김여정의 담화처럼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위태로운 한반도 긴장 상태를 해소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이란 전제가 붙은 '담대한 구상'이 아니라, '월드컵 중계권 양도'와 같은 북한이 호응할 수 있는 그리고 '북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선제적 조치'들이 필요하다. 지난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언급했던 것처럼 '북한의 의향과 북한의 호응'을 고려한 담대한 구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은 우리 태극전사들이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새역사를 쓰려고 한다. 남북한이 하나 되어 함께 응원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문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 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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