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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
월드컵 본선에 웨일스 팀이 올라온 것은 64년 만이다. 그간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두각을 나타냈으나 월드컵에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웨일스는 카디프에서 전쟁으로 절망에 빠져 있는 우크라이나를 잡고 카타르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 팀은 영국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웨일스라는 영국 서남쪽의 한 지방을 대표한다. 웨일스는 영국에 통합되어 있지만 원래 잉글랜드와는 언어·종족·문화가 다르다. 웨일스인들에게 그들 축구팀은 정체성을 되찾고 나아가서는 나라를 되찾으려는 희망의 불씨기도 하다. 웨일스인들은 그런 민족정서를 담은 노래 '이마 오 히드'를 즐겨 부른다. 노랫말은 웨일스어로 되어 있어 대다수 사람은 그 뜻도 모르고 부른다. 우크라이나전에서 승리하던 날 카디프의 술집은 이 노래로 떠나갔고 이 노래는 지금까지 두 번이나 아이튠즈 차트 1위에 올랐다. 제목은 '우리 여전히 여기 있네'라는 뜻인데, 383년 영국을 지배하던 로마군이 물러간 후 웨일스는 완전한 나라였으며 지금까지 1천600년간 그들은 엄존해 왔다고 거듭거듭 외치는 내용이다. 대부분 중독성이 강한 반복으로 이루어진 웨일스 민요풍의 이 노래는 1983년 다피드 이완이 작곡했는데, 힘찬 멜로디 속에 어딘가 민족의 한이 묻어있다.
웨일스는 카타르 본선 1차전에서 미국과 붙어 1-1로 비겼고 지난 금요일 이란과 2차전을 치렀는데 운이 안 따랐다. 골키퍼가 레드카드로 퇴장당하고 로스트 타임에 3분 차로 두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 한 골은 20야드 밖에서 쏜 대포알 같은 멋진 슛이었다. 3차전은 바로 이웃인 잉글랜드와 치르는데 네 골 차로 이겨야 16강에 갈 수 있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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