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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혜 <주>판권연구소 대표 |
"요즘에는 중·고등학생만 되어도 학교에서 노동법을 가르쳐요. 회사에서 겪을 수 있는 불합리함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요. 그런데 그 어디에서도 회사에 대한 '책임감'은 가르치질 않네요."
얼마 전 모 대학 교수님이 식사 중 하신 말씀이다. 격하게 공감을 했다.
요즘에는 유튜브와 트위터 등 다양한 SNS상에서 조금만 들여다보아도 여기저기 '나의 권리 찾는 법'에 관한 글과 영상을 볼 수 있다. 개인의 권리를 찾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지만 '권리'라는 포장하에 책임 의식을 저버리는 방법들도 많았다. 하물며 '월루'라는 신조어도 생기지 않았나. 월루란 월급 루팡의 줄임말로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하지 않고 월급을 가져간다, 도둑질 한다는 의미이며 월급과 루팡(도둑)을 결합한 신조어이다.
어떻게 하면 '월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 공유와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는 법 등은 이제 너무나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책임의식'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쉽게 불평하고 불만을 말하지만 어느 누구도 책임을 져야 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물론 어떤 불평러들은 "회사가 내 인생을 책임져 주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책임져야 되나?"라고 되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은 개인의 권리를 모조리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며 잘못된 행태의 기업들은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도 사실이고, 동의한다. 하지만 우리는 놀러 간 것도, 무료봉사를 하는 것도 아니며 노동의 대가인 월급을 받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회사에 마땅히 임금에 대한 노동력을 제공해야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모두가 기업에 대해 9 to 6 그저 앉아만 있는 것으로 나의 노동력은 다 제공한 것이라며 아무런 책임의식 없이 시간 때우듯 하루를 보낸다면 기업 또한 운영되는 것이 어려워진다. 기업의 운영이 불가하면 즉 당신의 인생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자금시장 경색의 여파로 기업들의 어음부도율이 고공행진을 하며 부도업체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구직난을 겪는 청년들이 많다고 하지만 기업 또한 회사에 맞는 인재를 찾는 데에 난항을 겪고 있다.
며칠 전 사회초년생 지인이 회사 화장실에서 머리 고데기를 하던 도중 상사가 들어와 째려봤다며, 사무실에서 한 것도 아니고 뭐 이런 것까지 눈치를 봐야 하는지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업무시간 중 고데기라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해줘야 할지 말문이 막혔다. 그때 같이 듣던 사회초년생 또래 동생들은 그 상사가 꼰대라는 말을 했다.
순간 나도 꼰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상식과 비상식의 경계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떠나 젊은 세대와 생각이 다르다면 너무 쉽게 우리는 꼰대 취급을 당해버린다.
초중고 12년, 대학 4년, 대학원 2년…적어도 18년 넘게 오랜 기간 학교를 다닌 동생들의 입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학교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스스로를 계속 '을'로 포장하며 을이기에 마냥 피해자로 둔갑시키고 있다. 갑질하는 기업도 많다지만 '을질'로 피해를 겪는 회사도 많다.
하나의 기업은 다수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수많은 사람의 생계가 엮여 있다. 우리의 책임의식이 곧 기업을 살리고, 내 주변을 살리는 일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박성혜 <주>판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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