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과 한국문학] 축구전과 한국 문학

  • 칸 앞잘 아흐메드 경북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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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08  |  수정 2022-12-08 17:52  |  발행일 2022-12-08 제22면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한국

亞人 존경의 대상된 축구실력

꺾이지 않겠단 의지에 기반

강경애의 소설 '축구전' 통해

한국인 불굴의 정신을 제시

[우리말과 한국문학] 축구전과 한국 문학
칸 앞잘 아흐메드 경북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요즘은 월드컵 경기로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 이 가운데 아시아인으로 구성된 축구팀이 크게 빛을 내는 현상이 발견된다. 16강에 진출한 한국과 일본 두 팀이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팀 못지않게 축구를 잘하기에 어느 아시아 국가 사람들에게 한국과 일본은 존경의 대상이 된다.

한국은 벌써 2002년 월드컵에서 4강까지 진출했다. 한국의 스포츠 실력이 어째서 이렇게 뛰어날 수 있을까? 한국인들이 20세기 초부터의 역사경험을 시종일관 중요시해온 만큼 이 답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가 문학 속에서 찾아야 한다. 강경애 작가가 1933년에 '축구전'이라는 소설을 쓴 바 있다.

"우리 학교가 작년 검거사건 이래 너무나 죽은 듯한 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출전하는 것은 하필 승리를 거두어보겠다는 것보다도 우리들의 꺾이지 않은 존재를 대중에게 알려주고자 함이외다!"

강경애의 이 소설에서는 식민지 시기의 한국인 학생들이 가난해 제대로 먹지 못하고 운동화도 없어 패배할 것은 분명했으나 축구 시합에 꼭 참여하려 한다. 그 이유는 꺾이지 않는 의지 때문이란다. "행진! 그 뒤로는 군중이 물밀 듯 따라 섰다"라는 이 소설의 끝 문장처럼 한국인 학생들은 패배하고 나서도 기가 죽지 않고 활기차게 전진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한국이 오늘날 선보이는 뛰어난 축구 실력은 식민자였던 일본인에게 패배하지 않겠다는 정신에 기인한 것일 것이다. 일제강점기의 수치스러운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하고, 그것을 교훈으로 삼아 지금까지 노력하면서 살아온 한국인은 똑같이 과거에 피식민의 경험을 갖고 있는 인도인에게 있어 본받을 대상이다. 인도인들의 정신 상태가 종로에서 뺨을 맞고 한강에 가서 화풀이한다는 식으로 되어 왔기 때문이다.

대조해서 보자면 식민주의가 본격적으로 아시아에서 확산되기 전까지 한반도와 인도대륙에는 각각 조선왕조와 무굴제국이 자리 잡고 있었다. 두 존재는 분명하게 과거의 조상으로 기능하였으며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부한 문화유산의 증여자였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식민을 당했다는 억울함과 분노를 무굴제국에 화풀이하는 인도인들처럼 하지 않는다. 과거에 실크로드를 왕래하며 큰 기여를 한 무굴제국이 오늘날 인도인들에게 약탈만 하던 영국 식민자보다 더 큰 혐오의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다. 거기에다가 스포츠 경기 때마다 분단국가가 된 파키스탄만을 적대적인 대상으로 삼는다. 반면에 한국은 조선왕실을 존경하며 정확하게 종로에서 뺨을 맞고 종로에서 화풀이를 해왔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한국은 상당히 작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할 뿐만 아니라 과거 식민자였던 일본을 초월할 정도의 강한 스포츠 실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2006년에 축구를 소재로 발표된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에 "축구는 화합을 이루어내는 묘약도 아니며 갈등을 촉발하는 기폭제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오직 이기기 위해서만 싸우는 것보다 진정한 가해자에게 자신의 꺾이지 않는 의지를 보여주는 태도야말로 진보의 상징이다. 식민지시기의 한국 축구전 문학이나 오늘날 축구전에서 보이는 한국인의 종로에서 화풀이하기의 방식이 식민지 경험과 분단 경험을 가진 아시아 국가에 중요한 교육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칸 앞잘 아흐메드 경북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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