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종부세 완화, 이대로 괜찮을까

  •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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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09  |  수정 2022-12-09 06:53  |  발행일 2022-12-09 제22면
보유세 강화없이 투기근절

불평등 완화하는 것 불가능

종부세가 정책의 핵심수단

부동산시장 침체기라고

세금 후퇴 愚 범하면 안 돼

[경제와 세상] 종부세 완화, 이대로 괜찮을까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종부세 완화의 당위성을 알리려는 정부·여당의 여론전이 치열하다. 지난달 말 기획재정부는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과세인원이 2017년 대비 약 4배로 증가하고(33.2만명 → 122만명), 세액도 같은 해 대비 10배(0.4조원 → 4.1조원)로 급증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며, 부동산 침체기에 적합하지 않은 제도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종부세를 즉각 폐지할 것을 주장했고,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중과세라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종부세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종부세를 근본적으로 개편해 내년에는 주택분 종부세 과세인원을 122만명에서 66.6만명으로 축소하는 동시에 세액도 4.1조원에서 1.7조원으로 줄이겠다는 정책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기본공제 금액을 상향하고,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폐지하며, 전체 세율도 낮추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불과 5년 만에 과세인원과 세액이 급증하는 충격적인 결과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기재부가 기준 시점을 잘못 잡는 바람에 착시가 유발되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017년은 이명박 정부에 의해 형해화된 종부세가 여전히 부과되던 시기다. 그러니 과세인원이 매우 적고 세수도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2021년을 기준으로 잡으면 올해 주택분 종부세의 세액은 도리어 93%(4.4조원 → 4.1조원)로 감소한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기재부가 굳이 2017년을 기준으로 삼아 결과를 침소봉대했으니 모종의 의도가 깔려있다는 의심이 든다.

둘째, 2020년을 기준으로 잡을 경우, 올해의 과세인원은 1.8배로 늘어나고(66.5만명 → 122만명), 세액은 2.7배(1.5조원 → 4.1조원)로 증가한다. 2017년을 기준으로 할 때보다는 변화폭이 덜하지만, 이것도 상당히 큰 변화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작용했다. 하나는 부동산값 폭등에 따라 주택 공시가격이 자동적으로 급등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의해 2021년부터 시가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이 올라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자연적인 상승에다 정책 요인까지 더해져서 2021년과 2022년의 주택 공시가격은 유례없이 상승했고, 그 결과 과세인원과 세액도 많이 늘어났다.

원인이 이럴진대 정부 대책은 과거 정부 정책의 무리한 부분을 바로잡는 선에서 그쳐야만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공시가격 현실화의 속도를 늦추면 된다. 게다가 향후 몇 년간은 시장 침체로 부동산값이 크게 떨어질 것이므로 이를 반영해 공시가격도 크게 하락할 것이다. 이 두 효과가 합쳐지면, 앞으로 과세인원은 감소하고 세액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방법이 존재함에도, 정부는 기본공제 금액을 상향하고 세율을 인하하는 등 제도 자체를 후퇴시키려 하고 있다. 보유세 강화는 한국 부동산 세제의 오래된 숙제다. 보유세 강화 없이 투기를 근절하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종부세는 이 정책을 끌고 가는 핵심 수단이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로 들어섰다고 해서 이 세금을 후퇴시키는 것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짓이다. 윤석열 정부가 목욕물을 버리려다 아기까지 버리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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