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의 삶의 공간이야기] 대구시청사에 대한 단상(中)…"대구시청사, 중구청과 연계 아케이드로 연결되는 거리로 만들자"

  • 김경호 아삶공 생태건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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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09  |  수정 2022-12-09 08:45  |  발행일 2022-12-09 제36면
중구청과 접하는 공통공간 공용해 예산 절감

거리활성화 인한 경제적 효과까지 기대 가능

시청사는 휴식·소통을 위한 여유공간 필요

쉼과 흐름 공존·생기 흐르는 거리에 자리를

화려한 건축물 베끼기보다 마을같은 건축물로
[김경호의 삶의 공간이야기] 대구시청사에 대한 단상(中)…대구시청사, 중구청과 연계 아케이드로 연결되는 거리로 만들자
필자가 스케치한 골목길을 끼고 있는 시청사와 경상감영거리.
◆지금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한다면

도시(都市)라는 말은 도성(都城)에서 시작되었다. 도(都)는 천자(天子)가 거주하는 궁성을 의미하는 말이고 성(城)은 공간의 경계가 되는 성벽을 의미했다. 이후 도성은 시장(市場)이 주된 기능으로 추가되어 도성의 도(都)와 시장의 시(市)가 합쳐져 지금의 도시(都市)가 되었다. 도시의 주된 기능인 시장은 길에서 찾을 수 있는데 우리 대구시는 어떤 길을 갖고 있는가?

지금 중구 동인동에 위치한 시청사는 낡기도 했지만 비좁다. 횡단보도를 건너 접근하는 시민에겐 맞아주고 반겨주는 마당이라 할만한 공간도 없고 도로에 접한 청사는 곧바로 건물로 들어가야 하는 구조라 잠시의 여유와 쉼도 없다. 차를 몰고 접근하는 경우엔 주차장이 좁아 주차하기에 어렵고 주차비 부담으로 업무를 보고 돌아가기에 바쁘다. 시청으로서 시민의 휴식이나 소통을 위한 공간에 대한 여유가 없고 서비스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을 위한 휴식과 에너지 충전에 대한 쉼터조차도 부족하다. 공무원들은 빨리 퇴근 시간이 오기를 기다리고 시민은 허겁지겁 민원을 해결하고 돌아가기에 바쁘다.

시청사는 시민의 '집'이 되어야지 '아파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집에는 마당과 마루가 있어야 한다. 마당과 마루가 없다면 아파트와 다를 바 없다. 마당과 마루는 바깥과 안에서 잠시나마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유용하고 변용되는 카멜레온 같은 공간이다. 장터가 되기도 하고, 식장이 되기도 하고, 공연장이 되기도 하는 비어 있되 채워지기를 항시 기다리는 준비된 소통과 화합의 공간이다. 또한 집으로 가는 길은 즐겁고 행복한 길이어야 한다. 걸음마다 보이는 풍광이 다르고, 골목마다 만나는 사람들이 반가운 거리여야 한다.

[김경호의 삶의 공간이야기] 대구시청사에 대한 단상(中)…대구시청사, 중구청과 연계 아케이드로 연결되는 거리로 만들자
대구시청사 앞 독수리상.
◆Since 1956대구시청

다양성이 있는 거리는 삶에 활력을 준다. 시청을 나서면 작은 도서관이 있고, 건너편 모퉁이에는 빵집이 있고, 골목길 옆에는 오래된 성당이 있고, 조금 더 걷다 보면 분주한 동성로를 가로질러 숲속의 경상감영까지 이르는 길이 지루하지 않고 생기가 있다. 왁자지껄 도떼기시장과는 다른 길이어서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거리가 아닌 쉼과 흐름이 반복되며 리듬이 생기는 걷고 싶고 사색하는 길이다. 정비된 동성로가 로큰롤 같은 거리라면 경상감영과 대구시청·중구청·신천에 닿는 길은 클래식하면서 우리의 '소리' 같은 거리이다.

더구나 대구시청이 있던 곳의 역사성과 장소성은 그 어떤 '값'으로도 매길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이다. 1956년부터 시민이 걸어 다녔던 곳, 시민의 애환과 창작활동이 있었던 곳, 민주화 운동이 시작되었던 곳, 시민의 고충과 민원을 해결하였던 곳 등의 기억을 어떻게 옮길 수 있고 재창조할 수 있겠는가?

시대는 변화하였고 지금의 시청사로는 앞으로의 시정을 운영하기에 분명 무리가 있다. 지금껏 대구시청이 시민들의 접근이 어려웠고 주변 건물들과 서먹하게 지냈던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편하게 찾아오고 악수하며 어깨동무하는 모습으로 리뉴얼한다면 시청사라는 건축물이 하나의 '점'이 아니라 이어지는 '선'이 되게 하는 도시설계적인 '길'의 해석도 가능하지 않을까? 가까이 있는 중구청까지 연계하여 공통분모가 되는 공간을 공용하여 예산을 줄이고 그 '길'을 아케이드로 연결되는 거리로 조성한다면 가로 활성화로 인한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더구나 가까이 신천이 흐르고 그 흐름은 대구를 남북으로 관통하며 북구의 유통단지, 동구의 역사, 수성구의 수성못을 지나 파동까지 이어지는 맥을 갖고 있다. 이런 조건의 길의 환경이 갖춰진 시청사가 대한민국 어디에 있을까!

[김경호의 삶의 공간이야기] 대구시청사에 대한 단상(中)…대구시청사, 중구청과 연계 아케이드로 연결되는 거리로 만들자
경상감영길.
[김경호의 삶의 공간이야기] 대구시청사에 대한 단상(中)…대구시청사, 중구청과 연계 아케이드로 연결되는 거리로 만들자
경상감영길에서 만난 모퉁이카페.
◆건축의 욕망 시민의 욕망

건축에서 만족하지 못해 생기는 불편함은 우리를 거리와 광장에 의존하게 한다. 건축가는 때로 이런 상황을 즐기며 거리는 걷고 싶게 하고 광장엔 모이고 싶어지게 의도하기도 한다.

도시는 전체를 내려보며 해석을 한다. 불쑥 튀어나와 경관을 해치거나 조화를 깨는 건축을 규제하고 제한하려고 한다. 도시는 이러한 건축의 욕망이 팽창하려는 건축의 힘과 전체를 위해 조화롭게 하려는 사회공동체의 힘이 함께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다. 그 힘의 균형 속에서 도시를 조화롭게 만드는 것은 도시설계, 도시계획 차원의 문제이지만 그 계획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여전히 건축의 몫이다. 그런데 도시는 건축을 불신하고, 건축은 도시를 넘어서려 한다. 도시의 건축은 엑스포 같은 것이 아니라 마을 같은 것이어야 한다. 각각의 나라를 대표해 박람회에 모인 건축물들은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 시장판이다. 혼란스럽고 질서도 위계도 없다. 우리도 이러한 비슷한 실험을 산본 신도시에서 한 적이 있다. 각각의 필지마다 건축가를 배정하여 저마다의 건축을 하게 하였다. 당연히 실패로 끝났고 그 시행착오는 헤이리 마을이라는 프로젝트를 탄생하게 하였다.

대구시 공무원 교육원에서 '생태적 도시디자인'이란 제목으로 2년간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강조하였지만 대구가 갖추고 있는 '것'과 '곳'부터 새로이 정비를 하고 자원화하여 꾸며갔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다른 국가의 도시에서 보고 베껴서 지어 놓은 건축물과 공작물이 대구를 부끄럽게 한다. 그러지 마시라. 대구시의 꼭짓점에 계신 대구시장님과 관계 공무원분들의 혜안을 기대한다. 공무원은 골라내는 일을 잘하여야 한다. 공무원 스스로가 디자이너가 되어야 하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훌륭한 디자이너를 골라 그 디자이너가 대구만의 고유한 작품을 뽑아내는 역할을 하면 된다. 어설프게 따라 하는 습성을 이제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서쪽에는 서쪽에 맞는 성격의 건축과 조경, 도시디자인으로 풀어야 하고, 중심에는 대구시청과 중구청을 연계하여 공통분모와 최대공약수, 거리의 콘셉트로 건축비의 예산과 운영비를 줄여가며 도심의 활성화와 행정문화 공동체의 구심적 역할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면 어떨까?

[김경호의 삶의 공간이야기] 대구시청사에 대한 단상(中)…대구시청사, 중구청과 연계 아케이드로 연결되는 거리로 만들자
김경호 (아삶공 생태건축연구소 소장)
지난 11월17일 방한한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의 '네옴시티'가 화제다. 모래뿐인 사막에서 직선의 메가 스트럭처 도시를 700조의 막대한 자금을 들여서 짓는다고 한다. 모두 빈 살만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필자는 그 빈 살만의 구상을 설계하는 건축가를 주목하게 된다. 네옴시티에서 속도를 계산하고 에너지를 고려하는 디자인은 건축가 톰 메인(Thom Mayne)의 메인 콘셉트였을 것이다.

필자의 가슴은 사막의 인공적인 칼날 같은 수직 도시보다 온정과 정취가 묻어 나는 시청 감영길에 더 설렌다. 얼마 전 들른 시청의 정문 앞에는 성난 독수리의 동상만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이차로의 도로는 자동차보다 사람이 더 돋보이는 적당한 폭을 가져서 건너편의 사람과도 간단한 눈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직선이 아닌 굽은 경상감영 길 따라 삼삼오오 짝지어 다니는 시민의 표정은 밝았다. 시청에서 나와 모퉁이 가게에서 커피를 마시고 붉은 벽돌의 성공회 교회에서 잠시 햇볕을 쬐었다. 동성로를 가로질러 경상감영공원에 도착했을 때는 배가 출출했다. 근처의 허름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면 왔던 길을 돌아 수달이 사는 신천까지 걸어볼까 한다.

대구는 길이 아름다운 도시이다. 특히 골목길이 살아있는 도시이다.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맛과 멋이 있는 도시이다. 뉴욕의 하이라인, 서울의 서울로 7017보다 대구의 경상감영길이 더 좋은 이유는 사람이 살고 있는 거리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대구시청이 있어 더더욱 좋았다.

<아삶공 생태건축연구소 소장 a30co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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