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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장) |
최근 들어 마약류 관련 사건 사고 소식이 끊임없이 전해지면서 우리나라도 더 이상 마약류 중독 문제를 일부 특정인들만의 문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일반 국민이 가장 심각하게 사안을 바라보게 된 계기는 청소년들의 마약류 범죄 연루 소식이었으리라 생각한다. 20~30대의 젊은 층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마약류 사용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고는 대부분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을 사안이니 말이다.
청소년들의 마약류 관련 사건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사건은 '펜타닐' 사건이 아닐까 하는데 모르핀의 100배 정도에 이르는 강력한 진통제로 일반적인 통증이 아닌 항암치료 등 특수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펜타닐'이라는 마약성 진통제를 청소년들이 불법적인 방법까지 동원하여 사용하고 판매까지 했던 사건이다.
이 사건은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인지되며 수사가 진행되어 해당지역 내의 청소년 40여 명이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받았지만 절대 그 지역만의 문제로 국한해서 생각할 수 없다. 실제 유사한 사건들이 이미 수도권지역에서는 먼저 발생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처벌로 의무교육을 받으러 온 청소년과 부모님들을 만나면서 굉장히 안타까운 사실은 펜타닐이라는 약물이 의사의 처방을 받아서 사용하는 마약류의약품이기 때문에 다른 불법마약류에 비해 상당히 경각심이 떨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처방을 통해 의료목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이기 때문에 부작용이나 중독성에 대해서는 설마 하는 마음이 컸고 정말 나쁘다면 병원에서 처방을 해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분들이 많았다.
마약류뿐만 아니라 모든 의약품은 치료 효과와 함께 나타나지 말았으면 하는 약물이상반응(부작용)을 함께 가지고 있다. 특히 마약류의 경우 인체의 중추신경(뇌)에 작용하는 약물이므로 의존성, 내성을 넘어 중독의 우려 또한 크기에 다른 의약품보다 훨씬 더 사용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여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마약성 진통제의 경우 비마약성 진통제로 조절이 가능한 통증이나 수시 처방이 필요한 간헐적인 통증의 조절에는 사용하지 않으며 만 18세 미만의 청소년에게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만성적인 통증이라고 하더라도 비약물적 치료(인지행동 치료, 물리치료 등)가 우선되어야 하며 마약성 진통제를 최초 치료로 사용하지 않는다.
통증 조절을 위해 마약성 진통제를 장기간 사용하고 있는 환자 중에서 처음 사용을 시작할 당시에는 자신이 사용하는 의약품이 마약류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몰랐으며, 따라서 사용 시의 유의점과 오·남용 시의 위험성, 중독성에 대해서도 거의 알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례들도 종종 볼 수 있는데, 질병관리를 위한 불가피한 사용이라 하더라도 약물 선택단계에서부터 약의 특성에 대해 사용하는 환자가 명확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결국 약물을 처방하는 의사와 환자에게 약을 투약하는 약사의 책임이 큰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펜타닐 사건의 경우도 진료, 처방, 투약 단계에서 전문가들이 먼저 정확하게 원칙을 지켰더라면 청소년들이 마약성 진통제를 손에 넣는 일은 훨씬 어려워졌을 것이다.
또 마약성 진통제는 사용을 시작하는 것만큼 줄이거나 중단하는 방법도 중요한데 갑자기 약물사용을 중단할 경우 심한 금단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처방의와 상의하여 용량을 서서히 줄여나가야 한다.
고령 시대, 건강 유지를 위한 필수품이 된 의약품, 모든 의약품이 그렇겠지만 마약류 의약품의 경우 더욱 신중한 사용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장>

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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