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식의 시중세론] 도시공간의 미래

  • 윤대식 영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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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23  |  수정 2022-12-23 06:47  |  발행일 2022-12-23 제22면
도시공간은 이상과 현실

현재와 미래의 인간 활동

담을 수 있도록 진화해야

계획적관리가 되고 있는지

성찰과 개선책 논의 필요

[윤대식의 시중세론] 도시공간의 미래
영남대 명예교수

얼마 전 대구 도심의 대구백화점 본점이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사업자가 주거용 건물을 지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더니 최근에는 매각 자체가 무산되었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다. 대구백화점 본점이 있던 곳은 대구의 중심상업지구(CBD) 가운데도 핵심 중의 핵심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대구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곳에 주거용 건물 외에는 들어올 게 없다고 하니 걱정스럽다.

전 세계적인 전자상거래의 확대는 상업용지에 대한 수요를 급감시키고 있다. 많은 도시에서 중소상가와 전통시장이 문을 닫고, 그 자리에 공동주택이나 주거용 오피스텔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대구의 경우 최근 서성로, 북성로, 칠성동 등 도심 일대가 대부분 재개발과 재건축을 통해 공동주택이 공급되고 있다. 결국 공동주택이나 주거용 오피스텔 외에는 사업자의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사실 도심의 주거 기능이 일부 되살아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도심의 핵심 기능이다. 한편 20~30년 전에는 대구 도심에 있던 일부 초등학교가 학생 부족으로 문을 닫기도 했고, 도심 인근에 있던 일부 중고등학교는 외곽으로 이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심의 주거 기능이 부활하면 학교 증축이나 신축도 필요하다. 도시공간의 계획적 관리가 간단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도시공간의 변화를 결정하는 요인은 너무나 많다. 그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인간의 삶과 행동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술혁신이다. 정보통신(IT) 기술의 혁신이 전자상거래의 확대와 상업용지의 수요 감소를 가져왔고, 재택근무의 확대를 초래했다. 그리고 승용차의 보급 확대가 노선 상가의 쇠퇴를 가져왔다. 어디 그뿐인가. 경제가 고도화되면 될수록 근로자들이 함께 모여서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기보다는 그렇지 않은 업종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다 머지않아 도심항공교통(UAM)과 같은 새로운 교통수단의 출현도 예고되어 있다. 도시공간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도시에 모여 살기 시작한 본격적인 도시화는 유럽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에서 비롯되었다. 산업화는 근로자가 모여서 생산할 수밖에 없어서 자연스럽게 도시화가 진행되었으나, 그 당시에도 전염병의 유행으로 도시공간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18~19세기 유럽을 강타했던 흑사병(페스트), 결핵, 천연두, 장티푸스, 디프테리아,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은 도시공간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런 이유로 주거지역과 공업지역을 구분하는 용도지역제(zoning)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불량주택과 상하수도 정비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도시의 인구집중에 대한 비판도 많이 제기되고 있다.

도시공간은 사적(私的) 공간과 공적(公的) 공간을 모두 포함하고 있고, 시장실패(market failure)가 나타나는 영역이다. 그래서 도시공간의 미래를 시장의 힘에만 맡길 수도 없다. 결국 도시공간의 계획적 관리는 공공의 몫이다.

도시는 유기체(organism)이다. 따라서 도시공간은 이상과 현실, 그리고 현재와 미래의 인간 활동을 모두 담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그래서 도시공간의 계획적 관리는 규범적 접근과 시장원리를 바탕으로 한 현실적 접근의 조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도시공간의 계획적 관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과연 실효성이 있었는지 성찰과 함께 개선책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영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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