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페루의 63대 대통령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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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19  |  수정 2022-12-19 06:59  |  발행일 2022-12-19 제25면

[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페루의 63대 대통령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지난 7일 페루의 63대 대통령 페드로 카스티요가 반란 혐의로 체포되었다. 작년 7월에 취임하였으니 일 년 반 만에 축출당한 셈이다. 검찰은 먼저 카스티요가 범죄조직의 뒷배라고 수사를 하자 의회가 그날 그를 탄핵할 참이었다. 그러자 그가 먼저 의회를 해산하고 '칙령'으로 통치하는 비상 정부를 출범하겠다고 발표를 하였다. 군부와 경찰이 그의 칙령을 따를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성명을 내자 의회는 곧 그를 탄핵해 버렸다.

부통령이었던 디나 볼루아르테가 대통령직을 승계했는데, 그녀는 페루의 첫 여성 대통령이면서 6년 사이에 취임한 여섯 번째 대통령이었다. 이처럼 페루는 정정이 불안하고 농촌 빈민과 도시 엘리트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다.

카스티요는 원래 오지의 초등학교 교사였다. 그가 교사들의 파업을 이끌면서 전국적 인물이 되었고, 작년 대선에서 좌파 후보로 출마하여 우파의 게이코 후지모리를 누르고 대권을 잡았다. 소외당하는 빈민에게 그는 그들의 대변자였다. 부통령도 대선 때는 카스티요와 같이 좌파였으나 점차 도시 엘리트 쪽으로 기울어 비난이 거세다.

시위는 주로 도시 엘리트에 의해 소외된 빈곤층이 주도하면서 수천 명이 거리에 나와 카스티요를 복권하라고 외친다. 이미 22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가 수감된 구치소 바깥에는 천 명이나 텐트촌을 만들어 장기전에 대비한다. 한 시위자는 분통을 터트린다. "저들이 정부 와해 공작을 펴는 데 카스티요가 얹힌 것뿐이지요." 경찰서, 법원, 공장, 공항, 방송시설이 파괴되고 공항과 도로가 얼마간 폐쇄되자 수도 리마로 싣고 가던 식료품이 고속도로에서 썩었다. 마추픽추로 갔던 관광객도 발이 묶였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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