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 갔다가
나는 간혹 불 꺼진 텅 빈 병실에 숨어들어 아무 침대에나 한번
누워본다
그러면 예전에 누군가 거기 누워 앓았던 병이 내 것인 것만 같고
나는 어느새 그 병을 이겨내고 이윽고 퇴원 준비를 하는 사람 같고
여기서 뭐하시는 거예요? 하고 간호사가 물으면
배시시 웃으며 옛날 일이 생각나서 한번 와봤어요, 하고 말해 준다
그럼 간호사도 웃고
병실 동료들도 웃고
수호천사도 웃어 황유원의 '밤의 병실'
사람이 마땅히 가지는 혹은 가져야 하는 병이라는 시간. 병실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몸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지만, 몸이 아프지 않더라도 한 번쯤 병실에 누워서 나를 돌아보고 싶다는 사치한 생각이 있다. 무엇보다 사람의 운명 중에 병의 자리가 있다는 생각 때문에 "예전에 누군가 거기 누워 앓았던 병이 내 것인 것"이라는 기시감이 훌쩍 생긴다. 이왕이면 그 병은 나를 휘몰아 갔을 것이라는 절망과 죽음의 안쪽에 슬쩍 발을 들여놓았으리라는 허무함을 경험치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겨우 병을 견디면서 퇴원한 것 같은 희망도 이어진다. 병을 통과하면서 병의 기억을 가지면서 세상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시선의 끝에 이 시가 자리 잡고 있다. (시인)
나는 간혹 불 꺼진 텅 빈 병실에 숨어들어 아무 침대에나 한번
누워본다
그러면 예전에 누군가 거기 누워 앓았던 병이 내 것인 것만 같고
나는 어느새 그 병을 이겨내고 이윽고 퇴원 준비를 하는 사람 같고
여기서 뭐하시는 거예요? 하고 간호사가 물으면
배시시 웃으며 옛날 일이 생각나서 한번 와봤어요, 하고 말해 준다
그럼 간호사도 웃고
병실 동료들도 웃고
수호천사도 웃어 황유원의 '밤의 병실'
사람이 마땅히 가지는 혹은 가져야 하는 병이라는 시간. 병실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몸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지만, 몸이 아프지 않더라도 한 번쯤 병실에 누워서 나를 돌아보고 싶다는 사치한 생각이 있다. 무엇보다 사람의 운명 중에 병의 자리가 있다는 생각 때문에 "예전에 누군가 거기 누워 앓았던 병이 내 것인 것"이라는 기시감이 훌쩍 생긴다. 이왕이면 그 병은 나를 휘몰아 갔을 것이라는 절망과 죽음의 안쪽에 슬쩍 발을 들여놓았으리라는 허무함을 경험치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겨우 병을 견디면서 퇴원한 것 같은 희망도 이어진다. 병을 통과하면서 병의 기억을 가지면서 세상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시선의 끝에 이 시가 자리 잡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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