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이공계 특성화대학 지원책 늘려야

  • 박치영 DGIST 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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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20  |  수정 2022-12-20 06:53  |  발행일 2022-12-20 제22면

[3040칼럼] 이공계 특성화대학 지원책 늘려야
박치영 DGIST 에너지공학과 교수

올해 한국에너지공과대의 개설로 우리나라의 이공계 특성화 대학은 현실적으로 접근하면, 4대 과기원과 포스텍까지 포함하여 6군데에 이른다. 권역별로 다수의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 존재하면서, 이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우려의 소리도 크다.

특히 기존의 대학에 투자하여 내실을 키우는 게 더 낫다는 의견과 반발은,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1971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설립 당시부터 있었던 그것과 흡사하다. 당시 기존 대학교수보다 파격적인 대우로 재외 과학자들을 섭외하니 이에 대한 반발은 매우 심했으며, 기틀조차 잡히지 않은 기관을 성장시키는 것보다 기존의 학교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는 의견이 힘을 받기 좋은 상황이었던 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이들 기관은 리더십을 바탕으로 보다 신속하고 유연하게 성장하였고, 우리나라의 공업화와 과학 기술 선진화에 주도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동시에 국가 학문 생태계 성장에도 유무형의 긍정적인 기여를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 결과 이들은 각자 연구기관과 이공계 대학으로서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지고 있다. 뒤이어 생긴 포스텍,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들은 각기 비약적인 성장을 통해 우리나라 과학 기술 분야의 토양을 기름지게 만들고 있다.

이들 이공계 강소 대학들이 짧은 기간에 급속도의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우수한 인프라와 각종 혜택으로 인한 우수 인력의 유입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소규모에서 오는 소통의 용이성과 보수적 관성에 물들지 않은 젊은 동력이 각 기관의 새로운 문화 형성과 발전 비전을 구축하며 성장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학령 인구의 급감으로 대학 입학 정원 미달은 현실화가 되었고, 이는 곧 대학원 지원자의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2022년 3분기 기준의 합계출산율은 0.79명으로 초저출산 기준(1.3명)보다 매우 낮은 수준으로 이를 단기간에 올리기는 요원한 상황이다. 결국 이공계 특성화 대학들도 우수 인재의 질적, 양적인 적정 수준을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과학 기술의 선진화와 이공계 인재 양성으로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이들 대학의 성장 동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학문 생태계의 성장을 도모하려면, 우수 인재의 영입을 위한 보다 현실적 지원책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혜택은 줄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 논리로 우수한 인재의 의약학계로의 쏠림은 심화되고, 대학원조차 취업이 잘되는 분야가 유행이 되고 있으니, 장기적으로 원천 기술의 토대가 되는 기초 학문 분야의 붕괴가 우려된다.

또한 반론이 있겠지만 우수한 해외 학생의 적극적인 유치와 관리가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 경제의 비약적인 성장과 문화 산업의 세계화는 외국인 학생의 유치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유학생은 생활 측면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체로 강의 및 행정 측면에서는 언어 장벽을 상당 부분 해결했다고 볼 수 있지만, 캠퍼스 밖에서는 기본 생활조차 언어 장벽으로 어려움이 많다. 이는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니 논외로 치더라도, 캠퍼스 내에서 유학생들이 문화와 의식주 등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환경과 콘텐츠의 개발도 동반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이들은 우호적인 해외 인적 네트워크로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성장 동력이 줄고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공계 특성화 대학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정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박치영 <DGIST 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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