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천재지변 책임 소재 따지려다 지역사회 갈등 유발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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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27  |  수정 2022-12-27 06:47  |  발행일 2022-12-27 제23면

경북경찰청은 최근 태풍 '힌남노' 때 발생한 경북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사망 사고와 관련해 포항시청 공무원과 농어촌공사 관계자, 아파트관리인 등 5명에 대해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강덕 포항시장과 간부 공무원 10여 명에 대해선 불구속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지난 9월 태풍 힌남노로 포항 오천읍의 냉천이 범람하면서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에서 9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초동 조치 미흡이 입증된다면 법적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

인명과 포스코 등 철강공단의 태풍 피해가 커진 것은 전문기관에 의해 나중에 분석, 발표된 바와 같이 바다의 만조 시간과 폭우가 겹쳐 물이 제때 빠져나가지 못한 원인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피해 발생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면 고의와 과실 여부가 있어야 하나 이를 입증하기에 애매한 측면이 많다. 하천 정비 부실이 인명 및 재산 피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재발 방지 차원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 하지만 불가항력적 천재지변인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는 여론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포항 지역사회에선 인명 피해는 매우 애석한 일이라는 데 공감을 하면서도 지역의 화합을 위해 불필요한 희생양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욱이 법적 책임 규명 과정에 포항시장 등을 연계시키는 것은 이태원 참사를 의식한 무리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이번 태풍 피해로 인해 포항시와 포항제철소 간의 보이지 않은 갈등도 여전히 잠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사법기관은 현명한 판단으로 피해 가족들의 치유와 지역 화합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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