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사람을 모으고 머무르게 하는 힘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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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26 06:47  |  수정 2023-01-26 06:50  |  발행일 2023-01-26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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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중부지역본부장

"위기는 반복된다." 2018년 개봉된 한국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주인공인 김혜수(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역)가 했던 말이다. 영화는 1997년 말 시작된 IMF 외환위기를 배경으로 한다. 2008년, 우리 사회는 또 한 번 경제위기를 겪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라고 불렸다.

반복된다는 경제위기가 올해 나타날 것 같다는 우려가 많다. "언제 위기가 아니었던 해가 있었냐"며 가볍게 보는 시각도 있지만, 예년과는 뭔가 다르다. 당장 필자가 만난 사람들에게 듣는 이야기부터 그렇다. 중견 제조업체 간부는 "우리 회사는 비상경영제체"라면서 "비용을 최대한 줄일 것이고, 이는 협력업체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고금리 때문에 죽을 맛이라는 중소업체 대표도 있고, 불안감에 울상 짓는 건설업체 대표도 봤다.

경제가 어려울 때 등장하는 처방책 중 하나는 예산의 조기 집행이다. 정부가 상반기 예산 집행률을 역대 최고치인 65%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도 위기감을 반영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위기를 '초미지(超未知)의 위기'라고 불렀다. 대내외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면서도 과거에 그러했듯이 이번도 잘 극복할 것이란 믿음을 갖자고 했다.

필자 역시 그러리라 믿는다. 동시에 위기 극복의 한 방안으로 '사람을 모으고 머무르게 하는 공간이 갖는 힘'에 새삼 관심을 갖는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이를 '공간력(空間力)'으로 불렀다. 이 센터가 펴낸 책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올해 우리 사회를 대표할 10개의 키워드 중 아홉 번째로 꼽은 말이기도 하다.

공간력이 적용되는 곳은 매장·축제 현장·모임과 같은 현실 공간뿐 아니라 포털사이트·게임 같은 온라인 공간 그리고 메타버스 같은 가상공간도 포함된다.

경제 활동 주체가 갖는 공간력은 위기 극복의 주요 수단이 된다. 작년 가을 전국적으로 봇물이 터진 축제를 보면서 사람이 모이는 축제는 해당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논리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용자가 많이 찾고, 오래 머물러 있는 온라인 공간과 가상 공간이 부(富)를 창출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공간력은 도시의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인구 증대가 각 도시의 현안이 돼 있는 요즘, 공간력 확대는 도시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제주 같은 휴양도시가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동시에 하는 워케이션(workation)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도시마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문화 인프라를 구축해 정주 여건을 잘 갖추려는 것도 공간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공간력은 어디에서 나오나? 필자는 공감(共感) 능력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공감 능력은 상대방(고객)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생각하는 것이다.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인 것이다.

동시에 세상의 변화도 제대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요즘은 세상이 워낙 급변해 목표를 수립하는 것보다 달라진 상황에 잘 대응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판을 잘 읽고 공감 능력을 발휘한다면, 사람이 찾고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각 경제 주체의 공간력으로 우리에게 닥쳐올 위기를 잘 넘기는 계묘년(癸卯年)이 됐으면 좋겠다.
김진욱 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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