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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대형마트가 휴무일을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변경한 후 처음 맞이한 일요일인 12일. 대구 시내 한 대형마트에 휴무일이 월요일로 변경되었음을 알리는 배너가 설치되어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대구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바뀌면서 일요일인 12일에도 문을 활짝 열었다. 전국 특·광역시 중 첫 변경으로, 2012년 대형마트 휴일 의무휴업(둘째, 넷째 일요일)이 시행된 지 10여 년 만이다. 이날 오후 1시쯤 찾은 수성구 만촌동 한 대형마트 입구에는 '매월 둘째·넷째 월요일 휴점합니다'라는 안내판이 내걸려 있었다. 10여 년 만에 일요일 영업에 나선 대형마트 관계자는 적잖은 고객의 방문에 다소 놀란 기색이다. 매장 관계자는 "일요일에도 영업을 한다는 소식에 고객들이 꽤 많이 찾았다. 특히 오픈 전부터 고객들이 대기하고 있어 너무 놀랐다"며 "대략 확인한 방문 고객 수는 금요일보다 많고 토요일보다는 적었다. 평일보다 고객이 20% 많은 것 같다. 홍보가 더 된다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인근 전통시장은 썰렁했다. 대형마트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한 전통시장 경우 대부분 점포가 문을 닫은 상태였다. 운영 여부를 묻자 한 상인이 "우리 시장은 일요일이면 대부분 문을 닫는다"고 했다. 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서모(여·60·대구 수성구)씨는 "대형마트가 일요일 영업을 시작해서 그런지 평소보다 시장이 더 조용하다"며 "(과거) 시장 인근에 대형마트가 생긴 후 시장 매출이 50% 가까이 감소하는 등 위축됐던 기억이 난다"고 씁쓰레했다.
이와 달리 대구 대표 전통시장은 다소 다른 분위기였다. 오후 3시30분쯤 찾은 중구 서문시장은 수십 대의 차가 줄지어 들어서고 있었고, 저마다 장바구니를 들고 있는 인파로 북적였다. 하지만 방문객 수와 별개로 시장 매출에는 큰 변동이 없다는 게 시장 상인의 대체적인 평가다. 40년 넘게 서문시장에서 과일가게를 하고 있는 최모(여·71)씨는 "평소보다 손님은 많지만 매출은 엇비슷하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변경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뜩이나 힘을 잃어가는 전통시장에 어떻게든 영향을 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에 대해 시민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특히 직장인들은 마트의 편리함과 접근성을 꼽으며 일요일 마트 영업에 반색했다. 부인과 함께 마트를 방문한 직장인 김모(61·대구 수성구)씨는 "아무래도 직장인 입장에선 평일에 퇴근 후 장을 보는 것보다 주말에 장을 보는 게 더 편하다"며 "이전 같았으면 일요일에 마트가 문을 열지 않으니 토요일에 급히 장을 봤겠지만 이젠 여유롭게 마트를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대형마트의 편리함과 전통시장의 저렴한 가격 등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하면 상생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평소 시장과 마트를 번갈아 가며 장을 본다는 주부 박모(여·55·대구 북구)씨는 "마트에서는 휴지·수세미 등 생필품을, 전통시장에서는 나물 등 집에서 먹을 소소한 식료품을 주로 구매해 왔다"며 "시장은 직접 물건을 보고 만지며 좋은 물건을 마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어떤 목적으로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가느냐에 따라 어디를 방문할지 달라지는 것 같다. 두 구매처의 장단점을 잘 파악해 소비자가 적절히 이용한다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도 상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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