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첫 스타트업' 내공 85년만에 고향 전수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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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2  |  수정 2023-02-22 09:59  |  발행일 2023-02-22 제2면
삼성電 'C-Lab 아웃사이드 대구'

오늘 창조경제혁신센터서 개소

직접 관리로 市와 교류활기 기대

삼성전자의 사외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Lab(시랩) 아웃사이드 대구'가 22일 대구삼성창조캠퍼스 내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 개소하면서 대구와 삼성가의 인연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간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와의 연계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지역 스타트업들을 조용히(?) 지원하던 삼성전자가 이번 개소식을 계기로 그룹 모태(삼성상회터·중구 인교동)가 있는 대구와 친밀도가 더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흘러 나온다.

대구는 글로벌 기업 삼성 그룹의 고향이다. 고(故)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1938년 3월1일 자본금 3만원을 들여 대구 중구 인교동 61-1에 '삼성상회'를 설립했다. 삼성상회는 제분·제면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당시 제분업이 상대적으로 기술을 집약한 산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삼성상회는 대구의 사실상 첫 스타트업이었던 셈이다.

이후 삼성은 1969년 전자공업, 1974년 중화학공업에 진출하는 등 신사업 진출과 인수합병을 거듭하면서 기업 덩치를 키웠다. 이건희 회장 시절엔 글로벌 그룹으로 자리를 잡았다.

고대하던 대구 투자도 이어졌다. 1992년 3월 대구상공회의소 건의로 1996년 삼성상용차 본사가 대구에 설립됐다. 꿈에 그리던 대기업 완성차 시대가 대구에도 열린 것이다. 하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2000년 말 파산하고 만다. 1996년 제일모직 공장을 구미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대구와 다소 사이가 틀어졌었다. 삼성은 제일모직 공장 후적지에 대규모 상업시설 단지를 짓기로 했으나 외환위기 사태 등을 이유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대구시민과 상공인들의 상심이 컸다.

소원했던 대구와 삼성과의 관계는 2009년 삼성전자가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면서 다시 온기를 불어넣었다. 이듬해 대구시가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도 추진했다. 방치돼 있던 삼성상회 터엔 기념 공간이, 제일모직 공장 후적지(북구 침산동)엔 '대구 삼성창조캠퍼스'가 각각 들어섰다.

2011년 삼성LED와 일본 스미토모화학 합작기업인 SSLM이 대구 성서5차단지(세천공단)에 둥지를 틀었다. 다만, 삼성이 2년 뒤 지분을 정리한 탓에 SSLM은 현재 스미토모화학의 자회사로만 남아 있다.

이재용 회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삼성은 글로벌, 지역 상생, 수평 소통을 큰 틀로 '뉴 삼성'을 외치고 있다. 이번에 글로벌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시랩 아웃사이드 대구' 개소가 뉴 삼성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시랩 아웃사이드 대구' 개소식을 계기로 삼성과 대구의 관계가 좀 더 친밀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이재용 회장이 대구를 다녀간 것은 2015년 삼성전자 부회장시절이 마지막이었다.

숙제도 남아 있다. 제일모직 기념관은 2016년 조성 이후 아직도 미개관 상태다. 삼성창조캠퍼스 준공식을 열지 못해서다. 삼성그룹에서 그룹 내외 사정으로 개관, 준공식 등에 집중할 환경이 아니었고, 대구시조차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으면서 방치돼왔다. 상징적으로라도 확실한 매조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제 '시랩 아웃사이드 대구'가 삼성창조캠퍼스 부지 내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자리를 잡는다. 삼성전자가 직접 모든 것을 추진하고, 관리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향후 대구와의 교류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시도 남은 삼성 유산을 적극 활용하고, 향후 삼성과의 협력 범위를 꾸준히 넓혀가야 한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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