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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도시철도 엑스코선 건설사업 타당성 평가 및 기본계획(안) 공청회'에서 종합유통단지 상인들이 엑스코선 노선 재검토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서 있다.(왼쪽) 공청회에 참가한 경북대생들도 경북대역 위치를 학생들이 이용하기 좋은 북문으로 변경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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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중요한 엑스코역과 경북대역을 모두 엉뚱한 데 갖다 놓고 무슨 공청회입니까." 27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도시철도 엑스코선 공청회에서는 주요 역사(驛舍) 위치를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주민 의견을 모으기 위한 당초 취지가 무색하리만치 반발 섞인 고성이 난무했다.
이날 '대구도시철도 엑스코선 건설사업 기본계획(안) 공청회'에는 대구시·대구교통공사 측과 각계 전문가, 시민 등 60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기본 계획안에 대한 설명과 전문가 토론, 시민 의견 청취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최대 화두는 엑스코역·경북대역·이시아폴리스역 등 주요 역사의 위치를 변경하는 문제였다. 전문가 토론에 나선 김병수 경북대 교수는 "현재 기본계획안의 경북대역 위치는 4만5천여 명의 대학 구성원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서 "대구시 버스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경북대 북문 쪽 (버스) 승하차 인원이 월평균 8만여 명인 데 비해 역사가 계획된 서문 쪽은 1만여 명에 그친다. 이용인구가 8배가량 차이 난다면 경제성 측면에서도 역사를 옮기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시민 의견 청취 순서가 되자 공청회장은 뜨겁게 불이 붙었다. 현장에는 "'대구 미래 50년, 100년' 홍준표 대구시장의 뜻과 역행하는 도시철도 엑스코선 재검토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일부 시민은 "전부 다 사퇴하라"고 소리치며 거친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 토론과 시민 의견 청취 순서에서 좌장을 맡은 김철수 계명대 교수가 동·북·수성구 지역에서 온 사람들 골고루 질문해 줄 것을 요청하며 수습에 나섰다. 곧 북구 주민들의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엑스코선의 핵심 역사로 꼽히는 엑스코역과 경북대역이 모두 북구 지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엑스코역이 엑스코가 있는 종합유통단지와 450여m 떨어져 있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이성장 대구 북구주민자치협의회장은 "엑스코선이라고 노선 이름을 지었으면 엑스코 동관이든 서관이든 바로 앞에 내려서 엑스코를 다닐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엑스코에서 동떨어진 노선은 의미가 없다"면서 "역사 두 개(경북대역, 산격청사역) 가지고는 주민들의 요구를 채울 수 없다. 역사를 추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는 경북대역의 주 이용자가 될 경북대 학생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은 "수성구 지역에 거주하는 경북대 학생들이 통학하려면 937번 시내버스밖에 없어 대중교통 인프라가 극히 미흡하다"며 "이에 그동안 대구시 등과 협의해서 937번 버스의 배차 간격을 줄이기도 하고 셔틀버스도 운영하는 등 학교 측에서 학생들의 통학 편의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이제는 대구시가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엑스코선 경북대역을 경북대 북문 쪽에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엑스코선 차량기지 문제와 이시아폴리스역 위치를 놓고는 동구 지역 주민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시아폴리스에 살고 있다는 이성일씨는 "이시아폴리스역은 권영진 전 대구시장 시절 기피시설인 차량기지를 이시아폴리스로 보내고 보상 차원에서 준 것"이라며 "역사 위치도 금호워터폴리스와 더 가까워 이시아폴리스역이라고 할 수 없는 '이시아폴리스 살짝 걸친 역'이나 '제2금호워터폴리스역'으로 불러야 할 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구교통공사 측은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향후 엑스코선 기본계획 승인 요청 시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기혁 대구교통공사 사장은 "이번 공청회와 앞으로 있을 주민설명회에서 제기된 주민 의견들을 충분히 수렴해 엑스코선 건설 사업을 시행하는 사전 절차에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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