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구 미군기지 캠프헨리 영내 '3.1운동 기념비' 가 있다

  • 황지경
  • |
  • 입력 2023-03-01 07:07  |  수정 2023-03-01 14:06  |  발행일 2023-03-01
일본 일왕의 포고문 새긴 기념탑
1949년 육군 3여단 오덕준 중령
비문 지우고, 국군 3대 선서를 새겨
3·1운동 기념비로 탈바꿈
KakaoTalk_20230228_130140147_06
대구 남구 이천동 미군부대 캠프헨리 영내에 들어서 있는 '3·1운동 31주년 기념비'. 이 기념비는 일제 강점기 일본군에 의해 일왕의 '군인칙유'가 새겨져 있었으나 해방 후 주둔한 국군 6연대의 연대장이 '국군 3대 선서'를 바꿔 새겼다. 블로그 캡쳐

대구시 남구 미군부대 영내에 3·1 독립운동을 기리는 기념비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래는 일제 강점기 일왕의 '군인칙유'(포고문)를 새긴 탑이었으나, 해방 이후 국군이 포고문 글귀를 지운 뒤, '국군 3대 선서'를 새겨넣고 '3·1 운동 30주년 기념비'로 재활용한 탑인 것으로 파악돼 그 의미가 남다르다.
현재 대구 남구 미군기지 캠프헨리에는 탑 형태의 기념비가 있다. 바로 앞 표지판에는 영문과 함께 한글로 '삼일운동 삼십일 주년 기념비'라고 적혀있다.
사각형 모양의 탑 양 옆엔 성화 모양의 돌기둥 2개가 붙어있고, 뒷면 상단에는 일본 육군을 상징하는 별 모양이 부착돼 있다. 특히 앞면 상단에는 '삼일운동 31주년 기념'이라는 한자 글귀가, 바로 아래 면에는 '국군 3대 선서'가 또렷이 새겨져 있다. 표지판엔 '일제에 항거하는 3·1운동 삼십일주년을 기념하여 육군 중령 오덕준에 의하여 1949년에 세워졌다'고 적혀있다.
당시 오 중령은 육군 보병 3여단 제6연대장이었던 것으로 광복회 대구지부는 파악했다. 1949년이면 1919년 3·1 운동이 일어난 지 30주년을 맞는 해인 만큼, 31주년은 오기인 것으로 보인다.
광복회 대구지부에 따르면 대구 남구 이천동 캠프헨리 지역은 1916년부터 일본군 보병 80연대가 들어선 곳이다. 이 부대가 1932년 4월 일왕 메이지가 '군인칙유'를 반포(1882년)한 지 50주년을 맞아 세운 '칙유기념탑'이 바로 이 기념비다.
칙유기념탑은 1945년 광복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일본의 잔재로 남아있었다. 이후 우리 육군 보병 6연대가 이곳으로 주둔했고, 이 탑을 본 오 연대장이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 1949년 3월 탑에 새긴 일왕 칙유를 지우고, 국군 3대 선서를 새겼다. 일본군이 만든 일왕 칙유 기념탑을 국군이 재활용해 '국군 3대 선서탑'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국군 3대 선서 중엔 '우리는 선열의 혈적에 따라 죽음으로써 민족 국가를 지키자'는 맹세도 담겨있다. 당시엔 공산당을 향한 적개심도 있었지만, 일본 군국주의에 맞서는 문구로 손색이 없다.
오상균 광복회 대구지부장은 "오 연대장은 단죄의 선봉에 서서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자 했다. 그의 의연한 행동에서 상당한 군인 정신과 애국심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역사적 사실과 나라 사랑 정신을 많은 시민이 알고 배울 수 있으면 좋겠건만, 현재 기념비는 미군기지에 있어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해 큰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한편,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조국 독립·국가 수호 등을 위해 공헌한 사람을 추모하고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알리는 현충시설은 현재 대구 46곳, 경북 306곳 등 지역에서만 모두 352곳이 있다.
황지경기자 jghwang@yeongnam.com

기자 이미지

황지경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