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문학상' 등단 시인 잇따라 시집 출간, 섬세하거나 톡톡 튀거나…한층 깊어진 언어 감각

  • 백승운
  • |
  • 입력 2023-03-10  |  수정 2023-03-10 07:54  |  발행일 2023-03-10 제15면

855184252
2010년 영남일보 문학상(신춘문예)으로 등단한 하기정 시인의 시집 '고양이와 걷자'에는 매력적인 언어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시편들로 가득하다.

영남일보 문학상(신춘문예) 등단 시인들이 잇따라 시집을 펴냈다. 2010년 당선자 하기정 시인은 '고양이와 걷자'를 펴냈고 2011년 당선자 변희수 시인은 '시민의 기분'을 내놓았다.

고양이_표지
고양이와 걷자//하기정 지음/걷는사람/152쪽/1만2천원

하 시인의 '고양이와 걷자'는 첫 시집 이후 5년 만에 펴낸 시집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툭 건드리면 터져 버릴 것 같은 투명한 물방울 같은 존재를 예의 주시한다. 그러면서 누군가의 내부에 잠겨 있는 것들, 그림자, 무의식, 꿈, 기억과 같은 것들에 주목한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는 시인의 한층 깊어지고 섬세해진 시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매력적인 언어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시편들로 가득하다.


누군가의 내부에 잠겨진 존재 주목
모험·혁명 갈망하는 모습도 드러내



"감각의 조율사가 되어 보기로 하자/ 밤의 고양이처럼/ 지붕 위를 사뿐히 걸으며/ 한 발을 들면 다음 발을 내려놓을 것/ 고양이와 걷자//중략// 영역을 벗어나면 동그랗게 눈을 뜨고/ 한쪽 다리를 들어 모험처럼,/ 오줌을 누자/ 불을 피우고 연기를 뿜으며/ 조난자처럼 밤의 고양이처럼/ 수염을 뾰족하게 세우고// 고양이와 걷자/ 느슨해진 밤의 건반을/ 딛자 딛자 딛자"('고양이와 걷자' 부분)

모험과 혁명을 갈망하는 시인 자신의 모습도 여실히 드러난다.

"나는, 물 같은 시를 쓰고 있는가, 물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가, (중략), 불에 그을린 냄비처럼 생활이 묻어 있는가, 뒤집힌 양말처럼 다시 뒤집을 혁명이 있는가, 나는, 시를 쓰면서, 귀와 눈과 코와 입술이 뚜렷한 입체적 사랑과 구체적 결말을 예견하는가, 이 모든 눈송이를 뭉쳐 질문처럼 던질 수 있는가, 나는"('뒤로 나아가는' 부분)

김지윤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하기정은 내적 아픔과 병든 세상의 고통이 공명하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세상의 병을 같이 앓고 치유되는 세상을 꿈꾸며 세상의 환부를 직시하려 한다. 시집의 화자들에게 그것은 사랑을 찾는 행위"라고 평했다.

2023030901000299900012143
시민의 기분//변희수 지음/시인동네/136쪽/1만원

세 번째 시집 '시민의 기분'을 펴낸 변희수 시인은 '사물'에 대한 독특한 접근법으로 고유한 시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각은 이번 시집에도 여전하다. 이번 시집에 등장하는 '사물' 역시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이다. 시인은 일상적이면서 사소한 대상을 독특한 방식으로 변용해 낯설고 이질적인 세계를 창조한다.


사소한 '사물' 독특한 방식으로 변용
낯설고 이질적인 고유 詩 세계 창조



"마르지 않는 빨래를 만져본다// 소매 깃과 포켓 속에 들어 있던/ 구름들이 울먹거린다/ 왜 모여서 다들 그러고 있니/ 장마를 구박한다/ 한번 터진 울음이 그치지 않는다//(중략)// 파편으로 튄다/ 어떤 별보다 더 빨리 돌기 위해서/ 탈수기 속에 팔다리를 집어넣고 돌린다// 오늘의 춤은 오늘의 회오리/ 드럼통이 내는 빗소리에 흠씬 두들겨 맞는다/ 멍든 곳에서 물비린내가 난다"('우기의 세탁' 부분)

시인은 또 사물을 일상적인 맥락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그러면서 사물에 대한 일상적 감각을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빛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나무가 팽창하고 있다 나뭇잎이 분열하고 있다 나뭇잎이 나뭇잎을 뒤덮고 새들이 먼지처럼 날아오르고 있다 나무의 속으로 들어간 사람이 폭발한 꽃을 들고 나오고 있다 원목의 비현실적 아름다움을// 창세기로 읽고 있다"('원목' 전문)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