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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21일 대구 동구의 한 편의점에서 포켓몬 빵이 품절됐다는 문구가 적혀있다(위). 2023년 4월20일 같은 점포에 포켓몬빵 다수가 진열된 모습. |
포켓몬빵의 인기가 시들하다. 지난해 2월23일 SPC삼립은 20년 만에 포켓몬빵을 재출시했다. 포켓몬빵은 소비자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곳곳에서 품귀현상을 일으켰지만 1년 만에 식었다. 마트와 편의점에는 포켓몬빵이 가지런히 정리돼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20일 오후 5시21분 영남일보 기자가 방문한 대구 동구의 한 편의점에는 포켓몬빵 5종 6개가 진열돼있었다. 지난해 같은 달이었다면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20대 후반과 30대 직장인들이 초등학생 시절 TV에서 방영된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을 보며 포켓몬빵을 사먹던 추억을 되살려 유행의 선봉에 섰다. 또 최신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이 OTT서비스를 통해 방영되면서 초등학생과 유치원·어린이집을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가 포켓몬빵 유행에 동참했다.
빵과 함께 들어있는 스티커 '띠부실(이하 띠부실)'이 유행의 주역이었다. 이 띠부실은 포켓몬 캐릭터 스티커인데, SPC삼립은 포켓몬빵 재출시 초기에 특정 포켓몬의 띠부실이 나오면 경품을 지급했다. 경품 외에도 '레어' 스티커가 포켓몬 마니아 사이에서 수집품으로 자 리 잡았다. 이 레어 스티커는 포켓몬 중에서도 흔히 전설의 포켓몬이나 환상의 포켓몬 등으로 불리는 희귀한 포켓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빵은 뒷전인 구매자도 적지 않았다. 일부 소비자들은 띠부실만 갖고 빵은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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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띠부띠부실 모습. 이중 칠색조(맨아래 가운데)는 전설의 포켓몬이며 세레비(맨아래 오른쪽)은 환상의 포켓몬이다. 세레비 띠부실은 최근 6천500원에 중고거래 플랫폼에 등록됐다. |
기자가 가진 띠부실 중 '세레비'는 환상의 포켓몬이다. 세레비의 포켓몬 넘버링은 251번으로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 2세대 마지막 포켓몬이다. 보통 각 시리즈 후반대에 환상·전설의 포켓몬이 분포한다. 이 넘버링은 포켓몬 시리즈 발매에 따른 것이므로 희귀 여부와는 크게 관계가 없다. 20일 오후 이 세레비 띠부실은 중고거래 플랫폼에 6천500원에 올라왔다. 빵 구매가가1천500원에서 2천원 사이므로 거래가 성사된다면 2배 이상의 차익을 챙길 수 있다.
어린이들은 포켓몬빵을 먹는 자체를 재미있는 경험으로 생각하고 띠부실은 그 경험의 실체화로 생각했다. 띠부실을 확인하면서 탄성을 지르거나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자신이 좋아하거나 레어 포켓몬이면 기뻐했다. 실망스러운 띠부실이 나와도 장난감을 모아두는 상자에 간직했다.
대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A씨(대구 북구·32)에게 포켓몬빵에서 단순히 빵이나 스티커 이상의 의미를 느낀다. A씨는 "어릴 때 포켓몬빵을 자주 사먹었다. 그때도 띠부실을 모았다. 지금은 편의점이나 마트의 빵코너에 포켓몬빵이 있는지 꼭 둘러본다"고 말했다. 이어 "빵은 먹고 띠부실은 가지고 있다가 초등학생 조카들에게 준다. 조카들이 포켓몬 애니메이션을 보고 포켓몬 이야기를 한다. 조카들과 공통의 관심사가 생겨 기쁘다"고 전했다.
손효문씨(대구 동구·30)는 "초등학생때 TV로 포켓몬스터를 보고 빵을 사먹었다. 띠부실은 공책에 붙여 모았다 "면서 "비슷한 나이대 중 포켓몬빵을 안 먹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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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23일 포켓몬빵 제품입고를 하지 않는다고 매장 입구에 안내문을 붙인 대구 남구의 편의점. |
지난해 여름까지만해도 포켓몬빵은 편의점에 서너개 안팎으로 입고됐다. 이탓에 편의점에서는 대기 번호를 주기도 했다. 동네 기업형슈퍼마켓에 배송 차량 시간을 묻고 그 시간에 맞춰 오는 고객도 있지만, 빈손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일부 편의점에서는 '포켓몬빵을 팔지 않는다'고 매장 앞에 붙여놓기도 하고 '포켓몬빵 품절'이라고 빵 코너 앞에 커다랗게 적어놓기도 했다. 대형마트는 물론 편의점까지 '오픈런'을 하며 포켓몬빵을 사려는 이들이 속출했다. 그러다 이내 열기가 식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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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립SPC가 20년 만에 재발매한 포켓몬빵의 인기가 시들하다. 지난 15일 대구 북구 한 기업형슈퍼마켓에 진열 중인 포켓몬빵들. |
15일 대구 북구 한 기업형 슈퍼마켓 빵코너에는 3종류의 포켓몬빵이 30여개 있었다. 이 매장을 운영하는 B씨는 "한 때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난리였는데 요즘은 진열장에 하루 넘도록 남아있다"며 "그래도 간혹 한 번에 여러 개를 사가는 손님도 있다"고 전했다. 주부 김모씨(대구 북구·42)는 "포켓몬빵의 인기를 딱 1년으로 생각했는데 그렇게 됐다. 요즘엔 아이들도 포켓몬빵을 찾지 않고, 매장에서 포켓몬빵이 보이면 그냥 기분 따라 한 번 사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포켓몬빵의 인기는 제조사 매출에도 영향을 줬다. SPC삼립의 2022년 1분기 매출은 7천억원을 돌파했다. 전년 동기보다 11.1% 증가했으며 1분기 매출이 7천억원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은 30% 증가한 135억원이었다.
포켓몬빵 열풍은 품귀현상 탓에 사재기와 온라인상에서 사기 등 문제도 불러일으켰다. 포켓몬빵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며 유인해, 돈을 받고 잠적하는 사기 행위가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대구에서도 지난해 4월과 5월에 걸쳐 사기를 당해 피의자를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취재진이 대구 북구와 동구의 몇몇 판매처를 둘러본 결과, 특정 네 종류 포켓몬빵이 찬밥신세인 것으로 추려졌다. 우선 두 빵은 일반 띠부실과 다른 '러블리 포켓몬' 띠부실이 들어있는 빵이다. 보통 띠부실과 달리 작은 꽃무늬나 하트 문양으로 장식돼있다. 이 러블리 포켓몬 띠부실은 포켓몬의 넘버링(번호)와 이름이 적혀있지 않은 경우도 있어 인기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둘은 낱개포장된 호빵 종류였다. 겨울이 지나며 호빵의 수요가 떨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 주로 오전이나 정오 무렵까지는 재고가 어느 정도 있지만 저녁시간대에 가까울 수록 포켓몬빵은 자취를 감췄다.
한편 최근엔 포켓몬빵에 이어 '산리오' 캐릭터빵이 인기를 얻고 있다. 산리오빵 역시 SPC삼립이 제조한다. 산리오의 대표 캐릭터는 헬로키티다.
글·사진=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박준상
디지털뉴스부 박준상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