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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경북본사 부장 |
UN 해비탯(HABITAT·인간정주계획) 정의에 따르면 이민(移民)은 '1년 이상 타국에 머무는 행위 또는 그 타국에 정착 터를 잡고 살아가는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대부분 외국에 이주 목적으로 정착한 경우를 '이민'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민과 관련된 정책도 대부분 외교부 소관이다. 외국인의 국내 이민에 대한 인식 부족이 정책으로 이어진 것이다.
외국인의 국내 이민은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서 맡고 있다. 4년 전까지 '출입국관리소'란 명칭을 사용했을 정도로 외국인의 출입 관리가 주목적이었다. 이름이 바뀌긴 했지만 출입국 심사와 체류 외국인의 관리가 지금도 주 업무다.
우리나라에선 외국인의 국내 이민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강동관 전 이민정책연구원장은 "연구원 간판을 '이민정 책 연구원'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내 인구 문제는 심각성을 넘어 위기상황으로, 당장 이민정책의 획기적인 변화가 시급하다.
3월 말 현재 5천155만명인 우리나라 인구는 2070년 3천766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최하위 수준의 합계출산율(2022년 기준 0.78명, OECD 평균 1.59명)로 유소년과 청년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노령화지수는 크게 올라 2020년 15% 수준인 65세 이상 인구가 2070년이면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46%를 넘을 것이란 분석이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긴 역전 현상(-3만명)이 시작된 2020년을 기점으로 한국의 인구 감소는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미 전국에서 3천800여 개의 학교가 폐교했고, 경북은 물론 대구에서도 분교와 폐교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 해법을 찾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만 384조원의 예산을 편성하는 등 2006년 이후 매년 40조원이 투입된 셈이지만 합계출산율은 0.9명 아래로 떨어졌다.
UAE(아랍에미리트)에서 출생자 1명당 40억원을 지급하고 있지만, 출산율이 올라가지 않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 정부도 저출산 고령화 관련 정책의 패러다임을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
바로 이민정책의 획기적인 변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크레이머 미국 시카고대학 교수는 방한에 앞서 지난 25일 가진 국내 국책연구원들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해결책으로 '이민정책'을 제시했다. 그는 "저출산 문제를 겪는 선진국들은 이민정책을 통해 경제활동인구를 확충하고 있다"며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경북이 아시아의 작은 미국으로 불릴 수 있도록 외국인에게 따뜻하고 차별 없이 대우하며, 그들의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모범적인 외국인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인구·이민 철학에 따라 올해 외국인공동체과(課)를 신설한 경북도처럼 정부도 하루빨리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이민청(廳)'부터 설립해야 한다. 이민국으로 유명한 캐나다는 이민부(部)가 주요 부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임성수 경북본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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