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安東은 왜 안동인가?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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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22 06:56  |  수정 2023-05-22 06:55  |  발행일 2023-05-22 제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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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경북본사 총괄국장

퇴계 이황의 도산서원, 서애 유성룡의 하회마을. 경북 안동이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릴 인물과 장소다. 성리학의 거두가 살았고, 유림의 존재감이 지금도 큰 곳이 안동이다. 그래서인지 필자가 갖는 안동의 시대적 이미지는 조선이다.

그런데 안동 출신을 제외하고, 안동이란 지명이 고려 태조 왕건 때문에 생겨났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필자 역시 이달 초 공연된 실경 뮤지컬 '왕의 나라-삼태사와 병산전투'를 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930년 왕건은 고창(옛 안동) 병산전투에서 후백제의 견훤을 크게 무찔러 후삼국 통일의 기틀을 다졌다. 왕건은 병산전투의 승리로 '동쪽(東)이 편안(安)하게 됐다'며 고창의 지명을 안동으로 바꾸었다.

필자는 왕건 때문에 생긴 지명이 대구에 있다는 건 안다. 대구 동구의 해안(解顔-걱정하던 왕건의 얼굴이 펴진 곳), 반야월(半夜月-한밤중에 떠 있는 달을 본 곳), 안심(安心-안전하다고 마음을 놓은 곳) 그리고 북구의 무태(無怠-경계를 게을리하지 말라고 경고한 곳), 연경(硏經-도망가는데 책 읽는 소리가 들렸던 곳) 등이 그것이다. 모두 공산전투(927년)에서 견훤에게 패한 왕건의 도피와 관련된 지명이어서 패배의 흔적이 묻어 있다. 그런데 안동은 승리의 결과물이다.

왕건이 자신을 도와 병산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던 3명의 호족에게 삼태사의 칭호를 주면서 안동 권씨·안동 김씨·안동 장씨라는 성(姓)을 하사했다는 사실도 공연을 보면서 알았다. 전통놀이인 차전놀이가 왕건과 견훤의 전투에서 유래됐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삼태사와 병산전투'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안동의 멋진 역사적 사실이 소재다. 그러면서 안동민속촌 성곽이라는 아름다운 곳을 무대로 했다. 이런 것만으로도 '삼태사와 병산전투'는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의미 있는 안동, 나아가 경북의 문화콘텐츠다. 그래서 경북도와 안동시가 공연의 질을 보다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제작비를 지원해도 아깝지 않다고 필자는 본다.

생각해보면 경북은 경치 좋은 곳이 많고, 멋진 소재도 많아 실경 뮤지컬을 만들기 좋은 지역이다. 의성에는 조선 최초의 통신사로 일본을 다녀온 뒤 수차(水車) 도입을 건의해 조선의 농업경쟁력을 키운 인물 박서생(朴瑞生)을 다룬 '박서생'이 작년에 처음 공연됐다. 선비정신의 도시를 지향하는 영주는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이 태어난 곳이라는 강력한 소재가 있고, 풍광 좋은 데도 많다. 경산은 삼성현(三聖賢-원효·설총·일연)의 고장이라는 브랜드가 있고, 삼성현역사문화공원 및 주변은 야외 공연 무대를 설치할 공간으로 멋지다.

필자는 아름다운 자연을 무대로 하면서 지역 스토리를 담은 뮤지컬은 사람을 모으는 힘이 있다고 본다. 지방소멸시대에 지방을 찾게 만드는 방안의 하나가 실경 뮤지컬이라고 믿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실경 뮤지컬 중에 중국의 '인상유삼저(印象劉三姐)'가 있다. 절경인 계림의 리강을 무대로 중국 장족의 전설을 소재로 하고 있다. 절경에 환상적인 실경 뮤지컬이 곁들여지면서, 계림을 찾는 관광객이 훨씬 많아졌다.

필자는 언젠가는 경북의 실경 뮤지컬을 보러 외지인들이 몰려들 것을 기대한다. 그 시작을 '삼태사와 병산전투'가 했고, 그 뒤를 '박서생'이 이을 것이며, 앞으로 만들어질 작품들이 힘을 보탤 것으로 믿는다.
김진욱 경북본사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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