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Ⅰ. 대구경북 소멸 보고서] '250만' 시대 돌입한 경북도, 그많던 도민은 어디로 사라졌나

  • 오주석
  • |
  • 입력 2023-07-02 20:02  |  수정 2023-11-09 15:17  |  발행일 2023-07-03 제5면

2023070201010000700.jpeg

경북은 올 들어 하루에 45명꼴로 인구가 사라지고 있다. 27일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의 인구는 5월 말 기준 259만 726명이다. 1월의 주민등록상 인구수가 259만7천527명이었단 점을 고려하면 최근 5개월 사이 7천 명 가까운 인구가 빠진 것이다. 경북은 대구와 분리된 1981년 인구수 319만 명을 찍은 이후 인구 감소세가 지속하고 있다. 2016년까지 인구수 270만명대를 유지하던 경북은 지난 2017년 1월 269만8천803명을 기록하며 '270만' 선(線)이 무너졌고, 올해 1월에는 '260만'선 마저 깨졌다.


산업연구원이 국내 인구의 지역 간 이동 특성을 고려해 개발한 'K-지방소멸지수'를 토대로 전국 228개 시·군·구의 인구 변화를 조사한 결과, 지방소멸 위험도가 높은 소멸 위기 지역은 총 59곳으로 나타났다. 경북은 9곳으로 전남(13곳)·강원(10곳) 다음으로 소멸 위기 지역 분포도가 높았다.


소멸위기지역은 소멸지수에 따라 '소멸위험지역'(0.5 이하·9곳)과 '소멸우려지역'(0.5 이상~0.7 이하·50곳)으로 구분되는데 경북에선 울릉·봉화·청송·영양군이 소멸위험지역에 분류됐다. 전국에서 소멸 위험 지수가 가장 높은 9곳 중 4곳이 경북이었다. 산업연구원은 경북 소멸위험지역의 경우 고령 인구 비중은 높은 반면 청년들이 일하고 활동할 수 있는 교통 및 산업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다시 그리는 경북 인구지도
도대체 그 많던 경북 도민은 어디로 떠난 것일까. 경북도가 집계한 2022년 인구이동통계 따르면 지난해 경북의 총인구수는 260만492명으로 2021년(262만6천609명)과 비교해 2만6천117명이 감소했다. 지자체 인구 감소는 통상 출생·사망과 같은 자연적 요인과 더불어 전입·전출 등 사회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데 경북에선 해당 기간 사망자는 늘어난 반면, 전·출입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북에선 총 26만3천156명이 전입했고, 27만 822명이 전출을 해 7천666명이 순유출됐다. 전출자는 주로 직업과 교육, 주택, 주거환경 등을 이유로 경북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출생자는 1만1천300명 신고됐지만, 사망자는 2만 7천800명이 집계되는 등 자연 감소도 한몫했다.


만성적인 청년 유출도 경북의 '인구절벽' 현상을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경북 청년(19세 이상 39세 미만) 전입자는 10만8천833명인 반면 전출자는 12만616명으로 집계됐다. 전출 청년들의 절반 이상은 경북(5만8천263명) 내에서 이동하거나 대구(1만8천948명)로 떠났지만, 서울(9천741명)·경기(9천720명)·인천(1천834명) 등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비율 역시 17.6%에 육박했다.


청년이 지역을 등지면서 대구경북 지방거점국립대인 경북대조차 학생들의 중도이탈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경북대의 재학생의 중도 자퇴율은 지난 2021년 기준 전국 9개 지방거점국립대 중 전북대(25.6%), 경상국립대(20.3%), 강원대(19.4%)에 이어 4번째로 높았다. 경북대 자퇴생은 수도권 등 타 대학 진학을 염두하고 대학을 포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역소멸의 위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단면이다.


경북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지난해 수도권 회사로 취직한 김모(30) 씨는 "수도권에 양질의 일자리가 많으니까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 생각한다. 주변 친구들을 봐도 규모가 큰 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몰려든다"라며 "교통, 인프라, 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수도권 생활이 만족스럽다"라고 말했다.


지역 내 청년 인구 감소는 산업 생산성 감소로 전이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중위) 추계에 따르면 경북의 생산연령(15~64세) 인구 비율은 2021년 67.3%에서 2040년 50%, 2050년 44.1%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기준 경북의 65세 이상 인구는 23.78%로 이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 인구 소멸, 더 이상 지방만의 문제 아니다.
지난 2021년 감사원은 보고서를 통해 "2047년이 되면 전국 시·군·구의 약 70%에 해당하는 157개 시·군·구가 소멸위험 고위험 단계에 들어간다"고 경고했다. 출산율이 1 이하로 떨어진 2018년도 합계 출산율(0.98명)이 지속한다는 가정하에 미래 지역 소멸을 예측했다는 점을 미뤄볼 때 지방의 위기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당장 작년 한국의 작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당시 감사원은 청년의 수도권 집중과 출산율의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청년층이 양질의 교육과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했지만, 과도한 경쟁과 미래 불안 등으로 비혼이나 만혼을 선택함에 따라 전체 출산율이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의 합계 출산율은 0.59로 국내 출산율 저하를 이끌고 있다. 수도권 집중화가 지방 소멸은 물론 국내 생산성 감소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방증이다.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선 실질적인 균형발전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에 대폭 넘겨야 한다. 더 큰 '대한민국'을 그리려면 지방에 힘이 실려야 한다. 최근 안동에서 2023년 지방분권 강화 정책 포럼'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지방에 행정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연방제 수준의 분권을 통해 국가의 경쟁력이 지방에서 창출될 때 진정한 지방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위원장은 곧 출범한 지방시대위원회와 관련, " 자치권을 확대하고, 지방의 자립적 역량은 강화하는 분권형 국가경영시스템을 설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인재 양성, 청년 유입이 활발한 지역 경제를 꿈꾼다"라며 "지역의 현안인 지방소멸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 이 지면은 대한민국신문협의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기자 이미지

오주석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