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동네책방들은 자신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로 생존 플랜을 세우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동네책방이 증가하는 추세다. 주식회사 동네서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283곳이던 전국 동네책방이 지난해 815곳으로 5년 만에 2.8배 증가했다. '커피·차가 있는' 책방이 237곳(29.1%)로 가장 많았고, 독립출판물 책방(21.0%), 큐레이션(15.6%)이 그 뒤를 이었다. 독서모임이나 북토크, 워크숍 등 정기적으로 행사를 여는 곳도 전체의 70%가 넘었다. 대구 역시 동네책방이 늘어나는 추세다. 대구시에 지역서점으로 인증된 곳은 지난 2019년 141개소에서 올해 197개소로 증가했다.
![]() |
대구 동구 불로동 '여행자의 책'의 대구출신 인물 책 코너. |
![]() |
대구 동구 불로동 '여행자의 책' 내부. 책과 함께 에코백, 파우치, 손수건 등 다양한 굿즈도 판매하고 있다. |
◆대구 여행 '책'으로 새롭게 만들다…동구에 위치한 '여행자의 책'
지난 2021년 문을 연 대구 동구 블로동 '여행자의 책'은 4명의 책방지기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책방지기의 연령대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이들이 기획한 다양한 콘텐츠 가운데 '북스테이'가 특히 인기를 얻고 있다. 북스테이는 책방 위층에서 독서를 즐기며 숙박을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책방이 대구국제공항 인근에 위치해 있어 외지인들의 방문도 잦은 편이다. 도쿄에서 찾아올 정도로 소문이 났다.
박주연 여행자의 책 공동대표는 "책을 가장 재밌게 읽었던 기억을 떠올려 보니 시간은 밤 시간대가, 장소는 낯선 곳이 많았다. 이러한 느낌을 다른 사람에게도 공유하고 싶어 '북스테이'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출신 인물 책 코너'도 이곳의 색다른 콘텐츠다. 현진건, 박남옥, 이상화, 김광석, 봉준호 등 지역 출신 인물들을 조명한 도서가 모여있다. 해당 코너는 타지에서 온 방문객들이 대구를 새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 대표는 "카뮈를 좋아하는 사람이 파리를 여행하는 것처럼 여행객들이 대구 출신 인물을 좋아하게 되면 대구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이라 생각했다"며 "책방의 기능 중 하나로 지역을 새롭게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지역의 인물과 관련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다. 현재 계획 중인 콘텐츠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감독이자 대구 출신인 '박남옥' 감독 이야기다. 박 대표는 "지역에서 그의 활동을 주목하는 경우가 없는 것 같아 관련 콘텐츠를 생각하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대구 사람들을 주제로 한 달력을 만들어 시민들이 1년 동안 지역 인물들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 |
지난 11일 대구 수성구 황금동 '진책방'에서 영어원서 읽기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진책방 제공> |
![]() |
대구 수성구 제로 웨이스트 샵으로 지정된 대구 수성구 황금동 '진책방' 내부. 환경 관련 출판물들이 놓여져 있다. |
지난 11일 오전 11시 대구 수성구 황금동에 위치한 '진책방'에서는 여성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매주 금요일마다 '영어 원서 읽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동네책방에 모여 함께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 이날 모임에 참석한 윤모(여·30)씨는 "일을 그만두고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무료함을 느끼던 중, 모임에 참여하게 됐다. 삶의 활기를 되찾았다"면서 "책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고 했다.
지난 2020년 문을 연 진책방은 매일 독서 모임이 열린다. 수상작·과학도서·고전문학·외국 원서 낭독 등 모임의 종류도 다양하다. 한 손님이 모임 여러개 에 참여할 만큼 이곳은 동네 주민들의 '아지트'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장점은 '제로웨이스트(쓰레기 없애기) 상점'으로의 기능이다. 천연 수세미 등 친환경 용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책 구매 시 나무 칫솔도 증정하고 있다. 더불어 환경 관련 잡지·신문 등도 구비돼 있다.
김진행 진책방 대표는 "처음부터 책 판매보다는 독서모임을 기획하고 책방을 열었다"며 "손님들이 책과 사람을 통해 '힐링'하고 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고, 현재 그런 공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