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Ⅰ대구경북 소멸보고서] 혁신도시 성공적 안착, 교통·생활인프라 확보가 '열쇠'

  • 정지윤,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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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18 07:51  |  수정 2023-11-09 15:28  |  발행일 2023-09-18 제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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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혁신도시에서 '임대' 표시가 붙어있는 가게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정지윤 기자

■ 적막함 감도는 대구혁신도시
기업 입주율 높은데 인구는 계속 감소
청년인구 3년여 만에 700여명 떠나기도


지난 8일 오후 8시40분쯤 대구 동구에 위치한 신서혁신도시. '불금'(불타는 금요일)의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신서동 가게 대부분이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200m 거리에 위치한 빌딩 중 문을 연 가게는 두세 군데에 불과해 적막감이 감돌았다.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는 상점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도입된 '혁신도시'가 대구서 안착을 못하는 모습이다. 주변 중소도시의 인구를 끌어들이는 김천혁신도시와 사뭇 다르다.

현재 대구 혁신도시에 자리를 잡은 공공기관은 한국부동산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중앙병역판정검사소, 한국사학진흥재단 등 10개다. 또 157개 첨단의료 기업들이 입주해 전국 혁신도시 중 가장 높은 입주율(77.5%)을 보이고 있다.

대구 혁신도시의 인구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20년 대구 혁신도시 주민등록 인구는 1만8천878명, 2021년 1만8천752명, 지난해 1만8천590명이다. 지난 6월 기준은 1만8천207명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셈이다.

공공기관 가족동반 이주율 역시 크게 변화가 없다. '이전 공공기관 가족동반 이주율'의 경우 2020년 66.2%, 2021년 67.4%, 지난해 67.9%, 지난 6월 71%다. 지난 6월 기준 대구 혁신도시의 가족동반 이주율의 경우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6위이다. 혁신도시 한 공공기관에 근무 중인 A씨는 "대구 혁신도시가 교통, 생활 인프라가 풍족한 수성구에 있었으면 지금보다 더 많은 가족동반 이주가 이뤄졌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대구 혁신도시의 다른 문제점은 '청년 인구' 감소다. 2020년 4천608명이었던 청년(만29~39세) 인구는 2021년 4천376명, 지난해 4천167명으로 줄어들었다. 올해에는 3천907명으로 3년여 만에 700여 명이 대구 혁신도시를 떠났다. 교통, 생활 인프라 부족이 이유였다. 대구시 김천옥 혁신도시지원팀장은 "대구경북신공항 개통, 내년 9월 대구한의대 개교와 부속한방병원 개원 등을 통해 청년 인구 유입과 이주율이 증가해 대구 혁신도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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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혁신도시 공공기관 직원들이 광화문행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오주석기자

■ 인구 늘고있는 김천혁신도시
구미 등 주변 인구까지 흡수하며 성장
상권 확대·젊은 부부들 이주도 이어져


15일 오후 2시30분 한국전력기술 본사 건물 앞. 서울과 수도권으로 출발하는 대형 버스들이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버스 운전석 전면 유리 상단에는 서울 양재와 광화문, 신도림, 가락시장, 영통(수원), 부평(인천)이라고 적힌 네온 글자가 선명히 나타났다. 30분 뒤 탄력 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직원들이 버스 앞에 모여들었다. 한 손에는 우산, 다른 한 손에는 여행 가방을 움켜쥔 직장인들은 마주나온 기사들과 간단히 인사한 뒤 익숙한 듯 버스에 올랐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59)씨는 "2015년 본사가 김천으로 이전한 이후 매주 금요일마다 버스에 오르고 있다"라며 "젊은 직원들은 혁신도시에 정착해 살려고 노력하지만, 우리같이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직원들은 대부분 자녀 교육과 생활 환경 때문에 수도권 생활을 버리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들의 수도권 생활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전력기술, 한국교통안전공단 등 12개 공공기관이 김천에 자리를 잡았지만, 직원들의 실거주 비율을 나타내는 가족동반 이주율(미혼, 1인 가구 포함)은 6월 기준 57.2%로 전국 혁신도시 10곳 중 둘째로 낮다.

김천혁신도시에 각종 생활 인프라가 형성되면서 주변 중소 도시의 인구나 경제력을 흡수하는 '빨대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유동인구가 김천구미 KTX역을 일대로 몰림에 따라 각종 프랜차이즈 상권이 빠르게 자리 잡았다. 인근 지역 젊은 부부들의 이주도 이어지고 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편의 시설과 신축 아파트가 밀집해 김천 구도심 인구나 칠곡 등 구미 생활권 인구가 혁신도시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라고 했다.

실제 전국적인 지방 인구 감소 추세에도 김천혁신도시가 위치한 율곡동의 인구는 6월 말 기준 2만3천475명을 기록하며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김천혁신도시가 지금보다 더욱 매력적인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선 병원이나 교육 등 기반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율곡동에서 숙박업을 운영하는 최성진씨는 "늘어난 젊은 인구에게 필요한 유치원과 소아병원, 학원 시설을 더욱 보충한다면 전국에서 손꼽히는 혁신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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