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규장 영남대의료원 의학연구처장 "의사과학자 많아야 노벨의학상 배출할 수 있어…정부 중장기 정책 필요"

  • 강승규,이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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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26  |  수정 2023-09-26 07:49  |  발행일 2023-09-26 제13면
의사과학자, 임상 대신 치료법 연구

약물·의료기기 개발에 뛰어들기도

한국의학 발전 위한 기본적인 토대

중도 이탈 막으려면 경제지원 필수

포괄 연구 가능한 기관도 설립해야

원규장 영남대의료원 의학연구처장 의사과학자 많아야 노벨의학상 배출할 수 있어…정부 중장기 정책 필요

최근 25년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37%, 상위 10개 제약회사 대표과학책임자 70%가 의사과학자다.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주도한 사람도 모두 의사과학자다. 하지만 한국에선 의사과학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연간 4천명 가까운 의·치대 졸업자 대부분 임상의가 된다. 전공의 과정 대신 기초의학 연구를 선택한 연간 30명 정도만 의사과학자를 꿈꾼다.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 사업단장을 맡아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고, 다양한 연구를 이어가는 원규장 영남대의료원 의학연구처장(내과 교수·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은 정부의 체계적이고 중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최근 원 처장은 지역 연구 개발 활성화에 기여한 공으로 대구시장 표창장을 받는 등 대내외적으로 업적을 인정받고 있다.

▶의사과학자를 모르는 시민이 많다.

"의사과학자란 용어가 매우 생소할 수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의사 면허 취득 후에 과학자가 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의사과학자 범주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의사가 된 후 진료는 안 하고, 연구하는 의사다. 의대에 입학해 우선 의사는 되지만 그 후 의학 이외 과학자가 되는 의사도 의사과학자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전공의 과정을 안 하고 의대 기초의학교실로 가는 경우다. 의과대학 졸업 후 현재 의과학대학원 등에 진학해 의학뿐만 아니라 수학, 공학 등을 공부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둘째는 진료하면서 과학적 연구를 계속하는 의사다. 즉, 전공의 때나 전문의 과정 후 교수가 돼 환자 치료에 꼭 필요한 약물개발, 기기개발 등 연구에 뛰어드는 경우다. 연구 성과를 사업화해 회사 CEO가 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임상 전문의 취득 후 기초의학교실에서 교수생활하는 사례도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는가.

"일반적으로 실험실에서 연구를 수행한다. 임상에서 중요한 문제를 찾아 연구실에서 이러한 임상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치료법이나 접근 방식을 개발한다. 또한, 다른 연구원 및 임상의와 협력해 의료지식을 발전시키고 획기적인 환자 치료법을 개발한다. 기초 과학, 중개 연구 및 임상 시험을 포함한 광범위한 연구 분야에 집중할 수 있다. 의료 및 과학 외에도 의사과학자는 연구결과를 과학자 및 일반인 모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의료 지식을 발전시키고 환자 치료를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의료 및 과학 커뮤니티에서 매우 중요한 구성원이 될 수도 있다. 연구를 수행하는 것 외에도 의사 과학자는 의학 연구 분야에서 경력을 쌓는 데 관심이 있는 학생 및 기타 연구원에게 멘토 역할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의학을 연구하는 이학박사(의학 연구자)와 의사과학자가 헷갈린다.

"의사과학자와 의학 연구자 모두 새로운 치료법이나 진단 도구 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 이 중 의사과학자는 일반적으로 임상 의학 및 환자 치료에 더 중점을 두는 반면, 의학 연구자는 과학적 발견에 더 중점을 둔다. 의사와 의학 연구자 간 협업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상적 의사과학자는 의학에 대한 기본 지식과 과학 연구에 대한 열정을 모두 가진 사람이다. 즉, 전반적으로 성공적인 의사과학자는 임상 의학과 과학 연구 사이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열정, 추진력 및 전문 지식을 가지는 한편, 의학 지식을 발전시키고 환자 치료를 개선하는데 전념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은 의사과학자들에겐 꿈의 장소다. 매년 12월10일 노벨상 수상 축하 만찬이 열리기 때문이다. 한국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언제쯤 나올 것 같나.

"불행하게도 아직 한국에선 노벨의학상 수상자를 단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시간이 조금 걸릴 듯하다. 현대의학은 6·25 전쟁 이후 잿더미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약 70년 정도 지났다. 수백 년 된 미국과 유럽, 일본 등과 비교하면 자료 축적이 비교가 안 된다. 다만 수도권 대학 등에선 어느 정도 근접하고 있다. 새로운 약재를 가지고는 수상하기 어렵다. 2018년 일본 교토대 호조 다스쿠 교수가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면역항암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 개발로 이어진 'PD-1' 발견 공로다. 즉 인류에 이바지할 만큼 아이템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에 한 우물을 파는 의사과학자 등이 여럿 있다. 연속성을 가지고 연구를 꾸준히 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정부에서도 이들에게 경제적인 지원도 해야 한다.

일각에선 의사과학자 양성보다 이들이 연구의 길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임상의가 되면 안정되고 예측 가능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반면, 의사과학자는 연구비가 부족하고 안정적 일자리를 얻기도 쉽지 않다. 임상의 복귀라는 선택지가 있는 의사는 연구자 경력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의학박사와 과기 분야 박사를 함께 수여하는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이 비교적 잘 갖춰진 미국 학계에서도 나타나는 문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미국 국립보건원과 같이 포괄적 연구가 가능한 기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요즘 고교졸업 후 의과대학 입학하기는 너무 어렵다. 이공계 입학을 꺼리고 성적 좋은 학생들이 의과대학에만 매달리는 동안 과학의 국가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의대 교수를 하면서 입학 후 의사길을 가지 않고 순수한 자연과학으로 전공을 바꾼 적지 않은 제자를 보고 있으면서 이것도 이공계를 키울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본다. 의사도 많은 과학자 중 한 명이지만,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의사과학자 양성에 나서 노벨상 수상 등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다행히 한국도 학생·전공의 때 이런 과정으로 들어갈 수도 있고, 전문의나 임상교수가 돼 이학박사를 하는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도 국책사업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국의사과학자 제도도 계속 발전해 의학뿐만 아니라 모든 자연과학이 함께 성장하길 기원한다."

글=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사진=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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