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경태 교회 묘지조성반대비상대책위원장이 대구 소재 A교회가 조성한 가족자연장지를 보여주고 있다. 비대위측은 교회가 이 일대를 교회공동묘지화할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
![]() |
청도 이서면 대곡1리 마을에 공동묘지구역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
경북 청도군 이서면 대곡1리 마을 뒷산에 한 종교단체가 수천 평의 임야를 매입해 가족자연장지를 조성한 것과 관련해 마을과 교회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마을주민들은 이 종교단체가 현행법상 신고만으로 가능한 가족자연장지를 조성한 뒤 점차 이를 확대해 공동묘지화하기 위해 임야를 매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대구 소재 A교회의 목사와 교회 임원들로 추정되는 5명이 지난해 이 마을 뒷산 임야 7천770여㎡(2천400여평)을 매입해 5필지 495㎡(150평) 규모만 산지전용허가 등 개발행위절차를 거쳐 가족자연장지로 조성했다. 장사등에 관한 법률 제16조(자연장의 조성 등)에는 한 필지 당100㎡미만은 신고만 하면 가족자연장지 조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인근 부동산에서 대구의 한 교회에서 공동묘지를 조성하기 위해 임야 수천평을 매입했다는 소문이 마을에 돌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이들이 매입한 임야 중 가족장지로 신고된 150평을 제외한 나머지 임야 2천여평 모두 교회로 명의가 이전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마을주민들의 의혹이 커지고 있다.
마을주민들은 교회 묘지조성 반대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마을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청도군과 군의회에 민원을 제기하고 공사 중단을 위해 임야 진입로에 농기계 등을 동원해 길을 막는 실력행사까지 나섰다. 이에 반발해 교회 측도 공사방해로 마을주민을 고소하면서 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희부 대곡1리 이장은 "마을에서 보이는 경산의 공원묘지 때문에 주민의 스트레스가 큰데 외부에서 공동묘지까지 조성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경태 묘지조성 반대비대위원장은 "교회가 현행법상 가능한 한 필지 당100㎡ 미만의 가족자연장지를 신고한 뒤 이를 점차 늘려 교회의 공동묘지로 조성하려는 의도"라며 "산 진입구간은 개인사유지이기 때문에 출입 자체를 막겠다"고 했다.
이에 교회 측은 주민들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교회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교회 관계자는 "교회에서 임야를 매입한 것은 교회 학생들의 자연체험학습장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교회가 공동묘지를 조성하려 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도군 관계자는 "가족자연장지는 국가가 장려하는 장례문화"라면서도 "주민 민원이 제기된 만큼 향후 가족자연장지 조성 허가는 내주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글·사진=박성우기자 parksw@yeongnam.com

박성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