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지역신문 가치 소홀하게 생각해선 안 돼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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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09 06:56  |  수정 2023-11-09 06:57  |  발행일 2023-11-09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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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편집국 부국장

예산 전쟁이 한창이다. 여야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 각 분야에서 필요한 내년도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내년에 정부가 무엇을 할 것인가는 조만간 국회에서 통과될 예산안을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대통령이 아무리 정책 추진 의사를 밝혀도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으면 모든 게 공염불(空念佛)이다. 여당이 서민 살림살이를 챙기겠다고 발표해도 예산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야당이 거대의석을 내세워 여당과 행정부를 견제하더라도 자신들이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예산 확보에 실패한다면 그 또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내년 나라 살림살이를 정하는 예산국회가 중요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뒤 첫 예산인 올해 예산을 대폭 구조 조정해 지출을 줄인 바 있으며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는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있다. 첫 예산인 2023년 예산부터 국가채무를 줄이는 방향으로 예산편성기조를 잡다 보니 내년도 예산안 긴축 편성은 어느 정도 예견될 일이기도 하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확대된 재정수지 적자 폭과 1천조원 이상의 누적된 국가채무로 재정 상황은 어려운 가운데 올해와 내년 세수 상황도 녹록지 않다고 고민을 드러낸 바 있다. 때문에 정부는 내년도 재정지출 규모를 2023년 예산증가율 5.1%보다 대폭 축소한 2.8% 증가로 억제하기로 했다며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이번 2.8%의 지출증가율은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이런 기조 아래에서 R&D 예산 대폭 감축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한 내년도 예산감축 추세는 사회 전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정부는 꼭 필요한 지출은 하도록 하겠다고 했으나 그 '꼭 필요한 지출'에 대한 관점이 서로 달라 사회 간 분야에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현실이다. 국내외 여건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지출 감소의 불가피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취약한 분야에 정부지출이 줄어들 경우 위기국면에 노출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지역신문에 대한 예산 감축도 그런 예 중의 하나다. 지역신문발전기금은 지역신문의 로컬 저널리즘 역량 강화, 지역신문을 통한 지역소멸방지 및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역신문의 디지털 전환 확대 기반 구축 등을 목표로 2005년부터 도입돼 어려운 여건에 있는 지역신문의 마중물 같은 역할을 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해마다 예산은 줄어들고 사업목적은 늘어나면서 임팩트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제1기(2005~2007년) 사업비 예산이 약 618억원이었던 것이 2기(2008~2010년) 489억원, 3기(2011~2013년) 335억원, 4기(2014~2016년) 286억원, 5기(2017~2010년) 234억원, 6기(2020~2022년) 256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올해 82억5천100만원이었던 기금을 내년에는 72억8천200만원으로 약 10억원 줄이겠다는 것이 정부 예산안이다. 지역언론 사정이 나아지지도 않고 더 어려워지고 있는데도 예산은 해마다 줄어들어 과연 정부가 지역신문 육성의지가 있는지 의심케 한다. 더 심각한 것은 정부가 일반회계전입금 지원을 내년부터 전면 중단하고, 언론진흥기금에서 전액 충당하도록 해 지역신문발전기금의 독립성과 안전성이 크게 위협받게 됐다는 점이다.

정부의 지역신문 무시, 지역언론에 대한 몰상식으로 보인다. 지역 커뮤니티와 투명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역신문에 대한 가치를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에서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한다.

박종문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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