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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기인 1850년대 영국 면직물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그림.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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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스 말름 지음/위대현 옮김/두번째테제/708쪽/3만8천원 |
'화석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은 화석연료 체제와 자본주의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작업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논의를 이끌어온 환경사상가이자 기후활동가 안드레아스 말름의 첫 번째 저작이다. 이 책은 2016년 출간 후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그해 아이작 도이처 기념상을 수상했다. 저자 안드레아스 말름은 스웨덴 룬드 대학교 인간생태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급진적 환경사상과 기후운동 관련 저작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안드레아스 말름은 우리를 산업혁명기 영국의 면직물 작업장으로 인도한다. 우리가 맞이한 기후위기의 기원이 영국의 산업혁명기에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영국 면직업계에서 증기력의 발흥 과정은 기존의 이론적 틀들이 심각한 오류를 가지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전환 당시를 모든 측면에서 살펴보더라도 여전히 수력은 풍부했으며 저렴한 채로 남아있었다. 이 패러다임의 핵심적 논리는 실제 역사적 과정의 가장 명백한 측면들과 분명히 모순된다.(중략)증기의 확산이 '생태적으로 더 선호되는 상황이었다'라는 말은 완전히 이 패러다임 내의 편견에 불과하다는 점이 기록을 통해 분명하게 증명되었다."
증기기관의 인기에 따른 제임스 와트의 엄청난 성공 등 당시의 기계 발명가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저자는 그동안 이러한 세계를 만들어온 배경과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살피기 시작한다. 그 탐구를 마친 끝에 저자는 위기를 해석하는 다양한 주장들, 특히 인류세로 대표되는 논의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마르크스주의적인 시각에서 현재의 비상사태를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을 급진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제임스 와트가 고안해 유명해진 증기기관은 석탄을 이용하는 것을 가장 큰 특징으로 삼고 있다. 비용 측면에서 볼 때 증기기관은 그다지 저렴하지는 않지만, 수력에 비하면 노동을 통제하고, 자본이 노동에 비해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이동성을 제공해 주었다. 동력원의 변화를 통해 자본은 노동자들이 많이 있는 도시로 작업장을 이동시킬 수 있었으며,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을 그저 '도우미' 수준으로 격하시킬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 말름은 이러한 모습들을 자세히 분석하면서 저렴한 석탄을 이용한 것이 기술발전으로 이어졌다는 식의 기존 설명에 대해 반박한다. 수력에서 증기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본이 승리하면서 비로소 지금의 세계상이 등장하게 됐다는 것. 특히 저자는 전 세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문제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석탄 사용 등을 통해 자본의 이동성을 분석하고, 화석연료 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인류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란 주장을 재차 펼친다.
또한 이 책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독자들이 인류세 및 지구공학 논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름은 최근 각광 받는 인류세 논의를 비판하면서 오히려 과학적으로 더 정확한 용어로 '자본세'를 제시한다. 인류세 논의의 경우 모든 이에게 책임을 돌리지만 이는 잘못되었다는 것. 저자는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날 구명정은 소수의 특권층에게만 주어져 있고, 그나마도 이익을 위한 출구로 이용될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이 책은 기후변화와 관련한 여러 저작 중에서도 급진적이고 강렬하다. 자본의 중심을 화석연료를 통해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이 불타오르는 세계를 어떻게 식힐 것인지 그 방법을 함께 고민해 보기를 제안한다.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경제질서와 화석연료로부터 탈출하는 것을 지금의 문제를 유일한 해결책으로 제시해 눈길을 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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