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달빛철도에 '딴지' 걸지 말라

  • 민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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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26  |  수정 2023-12-26 07:33  |  발행일 2023-12-26 제8면

[취재수첩] 달빛철도에 딴지 걸지 말라
민경석기자

수십 년간 서로에게 적개심을 갖고 살아온 경상도와 전라도 사람들의 손이 닿게 됐다.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철도 특별법'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문턱을 넘으면서다. 지역갈등 해소라는 대의명분 아래 1999년부터 논의돼 온 영·호남 지역민의 숙원 사업이 해결될 실마리가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아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심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법사위만 통과한다면, 헌정사상 최다수인 261명의 국회의원이 달빛철도 특별법 발의에 동참한 터라 본회의 통과는 무난해 보인다. 결국 관건은 법사위 심사다.

그렇다면 법사위에서는 뭘 심사하는 걸까. 국회법 제86조에는 '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심사를 마치거나 입안했을 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해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새로 만들고자 하는 법안이 기존의 법과 상충하는 내용은 없는지, 법을 제정하는 데 적합한 용어를 사용했는지를 심사하는 과정이다.

국회법에는 '법제사법위원회는 회부된 법률안에 대해 체계와 자구의 심사 범위를 벗어나 심사해서는 안 된다'라고도 새겨져 있다. 체계·자구 심사를 빌미로 법사위 고유 권한을 넘어 법안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며 입법의 근간을 흔들어선 안 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법사위는 상임위의 '옥상옥(屋上屋)'이나 다름없다. 혹자는 단원제인 대한민국 국회에 '상원'이 존재한다고도 말한다. 모든 법안이 법사위 심사를 거쳐야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어서다. 따라서 법사위에선 과거부터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법안에 제동을 걸거나 계류하는 사례도 있었다.

달빛철도 특별법도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기에 최악의 경우 법사위에 계류될 수도 있다. 그래서 달빛철도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대구시와 광주시, 양 지역 정치권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물론,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기재부가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수도권 일극 체제로 심각한 중병을 앓고 있는 시점에 지금 당장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해묵은 지역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법률안을 막아서는 게 온당한지에 대해선 의문 부호가 붙는다. 끝내 죽어가고 있는 지방은 모른 체하겠다는 것인가. 그것이 과연 '지방시대'를 국정 목표로 설정한 정부의 모습인가.

국회 법사위원들께 고한다. 상상력을 현실화시키는 과정이 정치라고 하지 않나. 달빛철도를 시작으로 동서교류가 활발해져 지역갈등 해소로 이어지는 상상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도록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 스스로 발의한 법안을 스스로 반대하는 촌극이 빚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민경석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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