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별먼지와 잔가지의 과학 인생 학교…천문학자·진화학자, 통속적 과학 이해에 반기를 들다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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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05 08:02  |  수정 2024-01-05 08:16  |  발행일 2024-01-05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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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먼지와 잔가지의 과학 인생 학교'는 두 과학자가 전하는 다정한 과학 이야기이다. 저자들은 인간의 삶을 터치하며 과학이 우리를 위로할 수 있는지, 과학을 하면 행복해지는가에 대한 답을 내놓는다. <게티이미지뱅크>

"과학이 삶의 위안을 줄 수 있을까?"

우리는 과학자에게 이런 유형의 질문은 하지 않는다. 대개 핵폭발 원리를 설명해 달라거나, 올겨울은 왜 이렇게 추운지를 묻는다. 사람들은 과학자에게 설명을 요구하고 과학자는 그 설명을 얻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한다. 과학은 무언가를 '설명'해 줄 수는 있어도 인생에 대해 어떤 실존적인 의미와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실 과학이 일차적으로 맡아 온 임무는 '설명(explanation)'이었다. 현재 상태를 보고 과거와 현재를 예측하고 실험으로 그 예측을 검증함으로써 자연에 대한 포괄적이고 정량적인 설명을 완성하는 것이 과학이다. 그 이상의 것, 삶을 '이해(understanding)'하고 해석하며 변혁하는 힘을 과학에 기대한 적이 없다. 개인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위안' 혹은 '행복' 같은 명제는 과학과 함께 매칭된 적이 거의 없다.

일상을 터치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실존적 과학이 가능한지 집중 탐구
"과학을 하면 행복해지나?" 등 다섯가지 질문에 대해 답 내놔

이 책은 논리정연하고 무거운 과학서가 아닌 '다정한' 과학 이야기다. 특히 저자인 천문학자 이명현과 진화학자 장대익은 이 책에서 통속적 과학에 대한 이해에 반기를 든다. 과학은 '위안'을 주고 '행복'을 가능케 하며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선언한다. 저자들은 일상을 터치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실존적 과학이 가능한가를 책에서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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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현·장대익 지음/사이언스북스/272쪽/1만7천원

저자들은 책에서 다섯 가지의 질문에 대해 답한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과학이 우리를 위로할 수 있을까?" "과학은 '내 개인적 삶'에 과연 어떤 영향을 주는가?" "과학적 태도를 어떻게 키울 수 있는가?" "과학을 하면 행복해지나?"가 그것이다.

저자들은 계주 경기를 하듯 번갈아 가며 질문에 대한 자신의 탐구를 풀어 들려준다. 때로는 최근의 뇌과학·심리학·물리학 논문의 따끈따끈한 연구를 소개한다. 때로는 과학적 태도를 잃은 통속적 삶의 태도를 질타한다. 저자들이 한 번도 공개한 적 없는 개인적 삶의 아픔 속에서 과학의 의미와 가치를 퍼 올리기도 한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인류는 연약하지만 고고하고, 미미하지만 위대하다고 이야기한다. 천문학과 진화학이 말하는 과학적 실존주의는 인생을 최고의 허무에 이르게 하지만, 역설적으로 허무주의를 이길 수 있는 메타인지(meta-cognition)를 제공한다고 답한다.

"과학이 우리를 위로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답한다. 그러면서 인류 역사에서 종교와 이념, 사상, 철학이 삶에 위안을 줬다면 이제는 '과학'을 포함하자고 제안한다. 과학은 우주의 기원에서부터 생명의 진화, 인간의 발전 과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탐구하며, 이런 지식을 바탕으로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은 '내 개인적 삶'에 과연 어떤 영향을 주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실질적 지침'을 들려주고, "과학적 태도를 어떻게 키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는 과학적 세계관, 과학 정신, 과학적 태도를 고양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마지막은 "과학을 하면 행복해지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는다. 책에서 저자들은 과학이 인생의 행복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먼저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감히 과학적 태도를 익힌 사람이야말로 풍성하고 행복하며 아름다운 인생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과학은 행복과 아름다움을 탐구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일상을 더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밝힌다. 백승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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