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렘브란트, 17세기의 사진가 전시를 보며

  • 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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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07 18:03  |  수정 2024-01-09 09:05  |  발행일 2024-01-10 제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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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윤자 영남일보 시민기자가 자신의 인물사진(위)을 옆에 두고 그린 자화상.

새해를 맞아 대구미술관에 들렀다. 렘브란트 자화상 앞에 서서야 그를 왜 17세기의 사진가라고 소개했는지 알 것 같다. 흰 칼라 옷을 입은 곱슬머리의 자화상, 모자를 쓴 자화상, 사도바울로 분장한 자화상, 두 개의 원이 있는 자화상, 청년시절부터 나이든 모습까지 다양한 자화상이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에칭 기법을 이용한 동판화 작품은 마치 오래된 흑백사진을 보는 듯하다. 동판에 새기며 어떻게 저리 정교하고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가 살아온 이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작품은 자화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물의 초상화도 있다. 아내 사스키아를 비롯해 젊은여성·노인·행인·거지·악사 등 거리의 사람들과 아담·하와·아브라함 같은 성경 속 인물도 등장한다. 카메라가 발명되지 않았던 시절 자화상과 초상화는 그 사람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방법이었을 것이다.

화가들의 작품을 관람하다 보면 자주 자화상을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렘브란트만큼 많은 자화상을 그린 화가는 드물 것이다. 고흐와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프리다도 많은 자화상을 남겼지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이마에 남편의 얼굴을 그려 넣은 그림이다. 자신에게 고통을 준 남편을 눈이 세 개인 사람으로 그려 이마 위에 얹어 놓은 그림을 미술평론가들은 내면의 고통을 표현한 초현실주의 작품이라고 했다,

그림을 배우던 시절, 사군자를 그리던 붓으로 자화상을 그린 적이 있다. 사진을 확대해 옆에 두고 윤두서와 강세황의 자화상을 흉내 내어 보려 했지만 그 섬세함을 도저히 표현할 수 없어 미숙하고 어설픈 그림이 되고 말았다.

자화상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그린 그림을 말한다. 그림으로 그리기도 하지만 언어로 표현한 문학작품도 있다. 문학은 내면의 모습을 좀더 은유적으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림이든 글이든 자화상을 그리려면 우선 자기 자신을 잘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렘브란트도 수없이 거울을 들여다보며 습작을 했을 것이다. 가장 손쉬운 모델이 자기 자신이었을 테니까. 외형의 모습에 내면의 모습까지 담아낼 수 있다면 더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거울을 들여다본다. 윤동주 시인이 우물 속을 들여다보며 자기를 성찰했듯이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보며 지나온 삶을 생각한다. 나이 들면 자기 얼굴에 삶의 이력이 나타난다던 말이 기억난다. 그림으로든 글로든 부끄럽지 않은 자화상을 그리려면 먼저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새해 다짐을 한다.|

천윤자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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