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당신은 반려동물을 키워선 안 된다

  • 박종진
  • |
  • 입력 2024-01-31 06:56  |  수정 2024-01-31 08:53  |  발행일 2024-01-31 제26면
개 식용 금지법 국회 통과 등
국내 반려동물의 위상 상승
반려인 책임 커져야 하는데
반려동물 문화 여전히 미숙
다양한 교육 통해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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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장

"1월24일이 생일이야. 케이크 준비해야지". 지난주 딸아이의 갑작스러운 통보에 뒷골이 살짝 서늘해졌다. 누구의 생일을 놓친 걸까? 순간 수많은 이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지만 답을 찾지 못하고 되물었다. "누구?"

이윽고 돌아온 답에 안도감이 아닌 허탈함을 느꼈다. 생일 주인공이 지난해 한 달간 임시 보호했다가 분양 보냈던 강아지여서다. '쿠키'란 이름이 생긴 이 강아지는 지인에게 분양돼 전원의 삶을 즐기고 있다. 보더콜리종의 특성상 한적한 시골에서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 아래 어렵게 분양자를 찾았다.

딸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반려동물 생일케이크를 검색하자 관련 아이템들이 쏟아져 나왔다. 유기농 수제 케이크부터 각종 파티용품에 각양각색의 선물까지. 가격도 만만찮았다. '펫코노미(Petconomy)'란 용어가 괜히 등장한 게 아님을 몸소 경험한 순간이었다. 반려동물 돌봄을 위한 시장 규모가 4조원대에 달한다고 한다. 반려인 1천만명 시대, 전국 동물병원 수는 소아과의 2배가 넘었고 관련 시장 규모는 육아용품 시장을 추월할 거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격세지감이다. '반려동물 양육을 위한 사전의무교육제도 도입에 관한 연구'(2019년)에 따르면 동물을 대하는 사회적 인식은 국민 소득수준에 따라 변한다. 통상 GNP 1만달러에 반려동물 문화의 시작, GNP 2만달러에는 반려동물 문화 발전, GNP 3만달러에는 동물의 인격화로 진행된다고 한다.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룩한 한국에서도 동물의 위상이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개 식용 금지법(개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 자체가 국내 반려동물 문화의 변화상을 대변한다.

하지만 권리가 신장하면 반드시 책임도 커져야 한다. 국내 반려동물 문화는 여전히 여러 부분에서 성숙하지 못함을 드러내고 있다. 불법 번식장, 동물유기·학대, 물림 사고, 소음 발생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반려동물로 인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사회적 비용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문화는 이젠 성숙한 단계로 넘어서야 하는 시점에 와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교육이 필요하다. 가정과 학교에서 사회화 과정을 거치고, 운전하기 위해 자격증을 얻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독일에선 반려동물 양육을 희망할 경우, 가족 전원이 일정 기간 총 3회에 걸쳐 기본상식과 방법을 배운다. 특히 니더작센주에선 모든 반려동물 소유자는 2차에 걸친 필기·실기 시험을 통과해야 키울 수 있다. 일본 역시 반려동물을 양육하기 위해선 입양부터 등록까지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들 국가의 정책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는 것'에 시사점이 있다. 알면 비로소 보인다.

사전 교육 이후에도 교육은 지속돼야 한다. 평생교육의 하나로 반려인들이 언제든 다양한 솔루션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된다면 반려동물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분명 줄어들 것이다. 2021년 서울 광진구에서 '반려인 사전교육 이수' 시범사업을 벌인 이후 서울, 부산, 대전 등 자치단체에서 반려동물 양육 상담 교육을 운영한 바 있다. 강좌 수, 대상 인원은 적지만 분명 의미 있는 노력이다. 앞으로 민간과 공공부문에서 반려동물 관련 다양한 교육과정이 개설되고 많은 반려인들이 그들과 '함께 사는 법'을 알아가길 기대해 본다.
박종진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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