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저출생과의 전쟁'에 희망을 걸어본다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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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1 07:00  |  수정 2024-02-01 07:01  |  발행일 2024-02-01 제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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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경북본사 부장

아인슈타인은 '미친 짓이란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또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라고도 했다.

정부는 지난 15년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 예산으로 380조원이나 쏟아부었지만, 합계출산율은 0.7까지 곤두박질쳤다.

2015년 43만8천명이던 출생아 수는 8년 연속 급감하며 반 토막 나 지난해 11월까지 출생아 수가 21만3천5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970년 100만명에서 2002년 50만명으로 줄어드는 데 32년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심각 수준을 넘어선다.

정부의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1970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출생아 수 8년 연속 감소라는 새로운 기록도 쓰였다.

UN 세계인구전망에 따르면 2100년 우리나라 인구는 2천106만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2019년에 제시됐지만 우리 정부의 대책은 헛바퀴만 돈 셈이다.

보다 못한 지방정부가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경북도는 지난 18일 올해 첫 업무보고에서 '저출생 극복 대책'을 발표하며 이철우 도지사가 '전쟁'이라고 명명했다. 올해 도정(道政)의 모든 역량을 '아이 낳기 좋은 경북' 만들기에 올인하겠다는 것이다.

이 도지사는 전쟁에 앞서 패착으로까지 평가받는 정부의 저출산 극복 대책의 실패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산 관련 정책 입안자들에게 예산 집행부터 결과까지 모든 통계 수치를 소상히 밝히라고 했다.

합계출산율이 2.1명 밑으로 떨어지면 '저출산'이다. 한국은 이미 1983년 신생아 수가 76만명 이하로 줄어들면서 출산율이 2.06명으로, 인구감소가 예견됐다. "그때 저출생과의 전쟁을 시작했어야 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한 이 도지사는 "지금이라도 도시 면적이 몇 ㎢이고, 단위 면적당 몇 명이 모여 사는 게 적당한지, 그렇다면 저층 주택은 어느 정도 필요하고 고층 아파트는 어느 정도 지으면 좋겠다는 그림이 정책 입안자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그려져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혼부부들의 살 집과 양육이 핵심이라고 분석한 이 도지사는 저출생과의 전쟁은 아이디어 싸움이라며 경북에서 뭘 해결해 줄 수 있는지를 먼저 파악해 도민들이 체감하는 정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전문가 의견, 해외 사례, 정부 정책, 경북 정책, 시·군 정책 다 모아 좋은 것만 취해 각 부서에 맞게 고쳐 다시 전(全) 부서에서 종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도지사는 이를 다시 초단기-단기-장기-초장기 시기별로 계획 세워 추진, 1년 후 도민들의 입에서 "아기 낳아 키우기 편해졌다"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력한 지시를 내렸다.

경북도가 저출생과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우수 정책 등은 전국으로 확산된다. 경북도 슬로건인 '경북의 힘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다. 이 도지사는 경북도청 공무원들에게 "역사를 창조한다는 각오로 일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북도의 저출산 극복 정책이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미친 짓'이 아닌, 대한민국 '희망의 짓'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임성수 경북본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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