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건국전쟁과 화폐속의 國父(국부)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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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6 06:56  |  수정 2024-02-26 06:56  |  발행일 2024-02-26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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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논설위원

필자가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관심을 가진 것은 7년 전쯤이다. '화폐 속 주인공들의 사랑'을 주제로 특강을 준비할 때, '우리나라 화폐에는 왜 초대 대통령이 없지?'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각 나라의 화폐 속 주인공은 모두 그 나라의 영웅이고 위인이다.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민의 구심점이 되기도 한다. 영국 파운드화의 국왕이 그런 경우다. 현재 영국 파운드화에는 엘리자베스 2세가 있지만, 올해 중반부터는 찰스 3세의 초상화가 있는 파운드화가 유통된다.

화폐 속 주인공은 그 나라의 가치관도 보여준다. 많은 나라의 화폐 속 주인공으로 건국 아버지가 등장하는 이유다. 미국 1달러에는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있다. 미국 연방법은 1달러에 새겨진 인물을 워싱턴으로 못 박았다.

중국 위안화의 주인공은 마오쩌둥이다. 중국 공산당 초대 주석이었던 그의 집권기에 일어난 대약진운동과 문화혁명으로 수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모든 위안화에는 마오쩌둥이 있다. 튀르키예의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는 화폐 속의 국부(國父)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등장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화폐에 등장하는 5명은 모두 조선 시대 위인이다. 100원짜리 동전에는 이순신 장군이, 1천원권에는 퇴계 이황, 5천원권에는 율곡 이이, 1만원권에는 세종대왕, 5만원권에는 신사임당이 있다. 화폐만 보면 대한민국이 아니라 조선이고, 대한민국은 여전히 조선의 유교가 지배하는 나라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정치적 논란이 되는 근현대사 인물은 화폐 속 주인공에서 배제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그렇다.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이지만 그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부정적이다.

3·15 부정선거와 이에 따른 4·19혁명으로 하야한 대통령, 일제 강점기 때 부역한 친일파의 청산을 반대한 대통령, 6·25 때 자신은 서울을 빠져 나갔으면서도 서울시민들에게는 안심하라면서 한강 다리를 폭파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대통령, 독재 등등.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했다고는 하는데, 그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독립운동을 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이 초대 대통령을 그렇게 인식해 왔다. 2월1일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영화는 새로 발굴한 자료를 근거로 종전과 다른 관점에서 초대 대통령을 다룬다. 한강 다리 폭파 전에 부교를 설치해 민간인은 피란할 수 있도록 했고, 4·19혁명 발생 며칠 뒤 병원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학생들을 위로하는 이승만의 모습에서는 여태껏 진실로 알고 지냈던 것들에 대해 자괴감이 든다. 1954년 미국 뉴욕 맨해튼 거리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수많은 미국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면서 카퍼레이드 하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건국전쟁'이 우파적 관점에서 만든 정치적 편향성이 있는 영화라 하더라도, 영화 속 주장은 사실 확인 차원에서 검증해야 한다. 초대 대통령의 공과(功過)가 있는데, 과(過)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공(功)을 못 보게 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건국전쟁'을 계기로 초대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작업은 다시 불이 붙었다. 보수진영의 이승만 기념관 건립 추진 목소리도 높아졌다. 동시에 우리나라 화폐에도 초대 대통령이 국부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있길 바란다.

김진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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