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미디어의 사투리 왜곡,오해와 진실(2)'미디어 속 사투리 붐' 희화화된 방언에 부정적 인식 재점화

  • 조현희
  • |
  • 입력 2024-03-08  |  수정 2024-03-08 08:01  |  발행일 2024-03-08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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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의 강민지씨. 미디어에서 어설프게 재현되는 사투리를 시원하게 꼬집었다. <하말넘많 채널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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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의 강민지씨. 미디어에서 어설프게 재현되는 사투리를 시원하게 꼬집었다. <하말넘많 채널 영상 캡처>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 사투리 특강 인기
드라마 속 애매한 억양 꼬집어 공감 얻어
사투리 편견이 지역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안녕하시소. 대구경북 사투리 가르치러 온 강민지라예."

최근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에서 강민지씨는 미디어 속 사투리를 바로잡겠다며 '경상도 사투리 강의' 콘텐츠를 올렸다. 대구경북 출신인 강씨는 영상 미디어에서 어설프게 재현되는 사투리를 시원하게 꼬집었다. 지난달 20일 종영한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배우 이기광은 경상도 인물 배역을 맡았는데, 사투리도 표준어도 아닌 애매모호한 억양을 사용했다. 이를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몰입도가 깨진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강씨는 배우의 연기를 지적하면서 "미디어가 사투리를 너무 과장되게 표현한다. 모든 말에 리듬을 넣지 말고, 던지듯 가볍게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영상은 경상도 네티즌들의 많은 공감을 사며 호응을 얻는 중이다. 지난 4일 기준 영상의 조회 수는 169만회에 달했다. 다른 사투리 강의 영상들도 190만회, 67만회를 기록했다. 네티즌들은 "대구 토박이로서 속이 시원하다" "사투리 일타강사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당 영상이 인기를 끌자 사투리를 사용하며 겪은 편견 등을 밝히는 이들도 나오면서 경상도 사투리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재점화되는 상황이다.

◆미디어에서 재현된 경상도 사투리

사투리는 특정 지역의 문화와 지역민들의 특성을 나타내는 고유하고 독특한 언어다. 그렇기에 미디어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사투리를 잘 다루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영화, 드라마 등에서는 경상도 사투리를 과장하거나 왜곡해서 재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구에서 25년을 생활한 김모(25)씨는 "대구 말투만 해도 '무뚝뚝함'을 기본으로 하며 간결하고 가볍게 던지는 말이 많다. 그런데 미디어에서는 부자연스러운 억양을 재현하거나 과하게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등 경상도 사투리를 다루는 방식이 과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면서 "경상도에 연고가 없는 사람들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진 않다"고 밝혔다.

이정복 대구대 교수(문화예술학부)도 "방언은 재밌거나 우스꽝스러운 말이 아니라 모든 감정을 표현하고 모든 상황에서 쓰는 해당 지역의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말"이라며 "방언은 어느 지역에나 존재하고, 모든 상황에서 쓰이는 일상 언어인 만큼 어떤 방언의 한 면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과장해서 표현하는 것은 방언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사투리를 쓰는 인물들이 촌스럽게 표현되기도 한다. 영화 '해운대'에는 고층빌딩이 들어선 첨단 공간과 개발 이전의 옛 모습을 간직한 공간이 교차돼 나오는데, 이는 오늘날 부산 해운대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것이다. 그러나 영화 속의 인물은 자신이 쓰는 언어에 따라 공간이 구획된다. 서울말을 하는 사람들은 최신 유행의 옷을 입고 첨단 공간에 거주하며, 부산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은 허름한 옷을 입고 낡은 공간에 산다. 류지석·김충국 부산대 영화연구소 전임연구원의 논문 '영화 속의 부산 방언 배치 양상과 장소성'에 따르면, 이는 언어에 따른 차이를 신분적으로 위계화해 놓은 것으로 영화에 부산사람들이 나오지만 이들에 대한 이해를 돕기보다는 기존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언어에도 권력이 개입돼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박승희 영남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서울말도 원래 중부지역의 방언인데 대중에게는 표준어로 여겨진다. 이는 언어 사용에서도 서울 중심적 사고가 내재돼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런 사고를 바탕으로 서울에서 쓰는 말은 중앙 언어로, 다른 지역의 방언은 하위 언어, 소위 말해 수준이 낮은 언어로 인식해 나타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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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 출연한 배우 이기광. 극중 경상도 인물 역을 맡았다. <티빙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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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 출연한 배우 이기광. 극중 경상도 인물 역을 맡았다. <티빙 캡처>


"방언은 해당 지역색 반영된 자연스러운 말
언어 사용에서도 수도권 중심적 사고 내재
사투리 소멸 막기 위해 '지역학 교육' 확대를"


◆왜곡된 인식 퍼져…고칠 언어 된 사투리

이로 인해 사투리에 대한 왜곡된 인식도 생산·확대되는 상황이다. 사투리를 촌스럽다고 여기는 분위기로 사투리 화자들은 말투 지적을 받기도 한다. 경남 김해가 고향인 김모(여·22)씨는 "서울에 놀러 갔을 때 지하철에서 친구와 대화하는데 주변에서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그걸 본 친구가 사투리를 쓰니까 쳐다보는 거라며 작게 말하라며 창피하다고 했다"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왜 경상도 말투를 숨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뜬금없이 사투리를 시키는 일들도 등장한다. 일례로 지난 몇 년간 온라인상에서 관심을 받았던 '블루베리 스무디'는 타 지역과 경상도 억양이 확연히 차이 나는 단어다. 그런데 '블루베리 스무디'를 따라 해 보라는 등의 말들을 듣는 것. 대구에서 상경한 신영주(28)씨는 "서울 친구들이 카페 메뉴판에 적힌 블루베리 스무디를 읽어보라 한 적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읽었는데 자기들끼리 웃었다. 왜 웃냐고 물어보니 실제 경상도 억양이 궁금했다 하더라"며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다. 너무 황당하고 무례한 경험이었다"고 털어놨다.

표현에 대한 오해도 있다. 경상도 사투리 중에는 '오빠야' '언니야' '이모야' 등 윗사람에게 '야'를 붙여 친근하게 부르는 용법이 있다. 대표적으로 '오빠야'는 여성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친근한 남성에게 가볍게 쓰는 말이다. 하지만 타 지역에서는 이를 '여성의 애교·애정 표현'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울산에서 상경한 이모(여·27) 씨는 "서울 생활 중 친오빠랑 통화하며 '오빠야'란 말을 쓴 적이 있는데, 옆에서 통화 내용을 들은 서울 친구들이 '오빠야'란 말이 생각보다 건조하다며 놀라더라. 그래서 일상적으로 쓰는 단순한 호칭 정도라고 알려줬다"고 밝혔다. 하말넘많의 강씨도 자신의 영상에서 "말이 오빠야지 보통 오빠야라 하지 않는다. 오빠! 오빠! 오빠야! 이렇게 그냥 말을 던진다"며 익살스럽게 쓰는 표현이 아님을 설명한다.

이 같은 분위기로 지역 청년들 중에는 일상 속에서 자신의 말투를 '서울말'에 맞게 억지로 고치려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취업포털 커리어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절반 이상(58.9%)이 사투리 교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80%가 '표준어가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으며, 그 뒤로는 '면접에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어서'(15.7%)로 나타났다. 2022년 국립국어연구원이 실시한 '국어 사용 실태 조사'에서도 경상 방언을 사용한다는 의견은 2005년 27.9%에서 2020년 22.5%로 5.4%포인트 줄었으며, 표준어를 사용한다는 의견은 같은 기간 47.6%에서 56.7%로 9.1%포인트 증가했다.


◆지역학 교육·이중 방언 능력 필요

미디어의 왜곡된 사투리 재현과 사투리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역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사투리 소멸을 막기 위해선 '지역학' 교육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승희 교수는 "언어·역사·문화 등 지역의 다양한 영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외지 사람들에게는 지역에 대한 이해를 돕고, 그 지역에 연고를 둔 사람들에겐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높여야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사투리를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구경북 대학에서도 교양 강의를 통해 지역학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역 사투리 보존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대구시는 '사투리, 이쁘다 아이가'라는 전시행사를 통해 이상화·현진건·상희구 등 지역 출신 작가들이 사투리로 집필한 작품을 중심으로 작가의 서재를 구현했다. 또 지역 청년 예술가의 사투리를 활용한 팝아트 전시·사투리 시 낭송회 등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상호 소통을 위해 '이중 방언'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정복 교수는 "언어는 효과적인 소통을 위한 것이기에 특정 지역 방언을 고집하기보다 출신 지역의 말과 거주지의 말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골라 쓸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게 필요하다"며 "이는 서울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서 살게 됐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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