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1억원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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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8 06:59  |  수정 2024-03-18 07:00  |  발행일 2024-03-18 제23면

연봉 1억원은 직장인들에게 꿈인 동시에 성공을 상징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2년 억대 연봉자는 112만3천여 명으로, 이때부터 억대 연봉자 100만명 시대가 열렸다. 그래서 억대 연봉이 주는 감흥이 예전보다 떨어진 건 맞다. 하지만 1억원 연봉을 꿈꾸지도 못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훨씬 더 많다.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장의 연봉이 대부분 1억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1억원은 여전히 매우 큰돈이다.

1억원이란 거액을 연봉으로 지급하는 게 아니라 아이를 출산했다고 지급하는 회사들이 나타나고 있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강릉의 '썬크루즈 호텔&리조트'는 올해부터 직원이 첫째를 출산할 때 5천만원, 둘째 출산 때도 5천만원 등 총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 12일 이 회사는 최근 2년 내 자녀를 출산한 직원 2명에게 각각 5천만원을 전달했다.

앞서 부영그룹은 2021년 이후 출산한 임직원 자녀 70명에게 1억원씩 총 70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해 세간의 화제가 됐다. 부영그룹의 출산장려금 지급을 계기로 정부는 출산장려금을 받은 직원 및 기업의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관련 법 개정에 들어갔다. 아이 둘을 낳으면 세금 부담을 줄여가면서 1억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72명, 특히 작년 4분기의 합계출산율은 0.65명이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인구소멸 국가가 됐다. 인구소멸의 위기감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마다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1억원을 벌기 위해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것보다 아이를 낳는 게 더 빠른 시대에 사는 것 같아 씁쓸하다.

김진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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