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기업들 오너 4세 경영승계…'100년 가업' 성장 구심점

  • 박종진,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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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0 07:43  |  수정 2024-04-10 07:45  |  발행일 2024-04-10 제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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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장수현기자

창업한지 올해로 97년째인 대구지역 에너지 기업인 케이케이〈주〉는 최근 이인호(42) 부회장이 '4세 경영' 시대(영남일보 4월3일자 2면 보도)를 열었다. 이에 업력이 긴 대구 기업들의 오너 4세 경영 승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너 4세 경영 승계 과정은 지역 기업들이 가업을 이어가며 '100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구심점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경영환경이 안정돼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지금도 지역 일부 기업에선 젊은 후계자들이 사내이사로 등재되면서 경영전면 등판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고, 3세 경영인이 아직 건재한 기업들의 어린 자녀들은 주식 매입 등을 통해 조용한 승계를 준비 중이다.

케이케이와 함께 경영 승계를 발 빠르게 준비하는 곳은 71년 전통을 자랑하는 대구 장류 전문기업인 삼화식품이다. 창업자 고(故) 양우식 회장과 아들 고 양병탁 회장에 이어 오너 3세인 양승재 대표가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해 양병탁 회장이 유명을 달리하면서 양 대표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양 대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본인의 자녀를 사내이사로 선임해 경영에 참여하게 했다. 딸 양유경(2001년생)씨가 2021년 삼화식품 이사회에 이름을 올린 뒤 아들 양정훈(2003년생)씨도 이듬해 만 18세 나이로 사내이사에 합류했다. 일찌감치 경영 승계를 위한 과정을 조용히 밟고 있는 셈이다.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에스엘〈주〉은 창업주 고 이해준 회장과 이충곤 회장을 거쳐 현재 이성엽(54) 부회장이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1954년 삼립자동차공업주식회사로 출발한 에스엘은 현재 매출 4조원대의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경영 승계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에스엘은 앞으로도 전문 경영인 영입 대신 오너 일가가 가업을 이을 공산이 크다. 아직 사내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이 부회장의 자녀 2명은 에스엘의 지분 6%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의 장남인 이주환(1997년생)씨는 5%를 소유해 4대 주주에 랭크됐다. 기존 계열사 인수합병을 통해 이뤄졌던 장남 승계가 4세에도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삼화
71년 전통의 장류 전문기업
20세 미만 자녀 사내이사 합류

◆에스엘(SL)
70돌 매출 4조원대 車 부품 기업
지분보유 등 경영권 승계 준비

◆대동
국내 최고 미래농업 플랫폼기업
경영권 분쟁 후 4세 승계 시동

◆케이케이(KK)
창업 97년 맞은 에너지기업
4세 경영인 이인호 전면등장



미래농업 플랫폼 기업인 〈주〉대동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1947년 진주에서 창업 후 1984년 대구로 본사를 옮긴 대동은 최근 3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달성하며 시장에서 1위자리를 굳건히 수성하고 있다. 오너 3세인 김준식 회장이 창업주인 고(故)김삼만 회장-고 김상수 전 회장의 경영 계보를 이으며,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무엇보다 김 회장은 효과적인 외부 인재 수혈을 통해 그룹 혁신을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회장은 경영권 승계에 유독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이미 한 차례 경영권 분쟁을 경험한 적이 있어서다. 김 회장은 형제간 분쟁에다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경영권에 위협을 받으며 힘든 시기를 거친 바 있다. 현재 대동의 주식소유 현황을 보면 김준식 회장이 최대주주(22.61%)에 올라 있고, 자녀인 성연씨(1997년생)와 신형(2001년생)씨가 각각 0.93%, 0.11%의 지분을 갖고 있다. 두 자녀들은 대동모빌리티 주식도 나란히 1.9%씩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2015년부터 대동지분을 취득하기 시작했다. 대동의 미래 경영진에 언제쯤 합류할지 관심이 쏠린다.

대구와 연고가 있는 대기업 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코오롱 그룹이 4세 경영 리더십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 이원만 창업주는 1957년 4월 나일론을 직접 생산하기 위해 대구에 '한국나이롱'(코오롱의 전신)을 설립했다. 이 기업은 1963년 국내 기업 중 최초로 나일론을 해외로 수출했다. 이후 이동찬, 이웅열 회장으로 경영승계가 이어졌고, 최근엔 이웅열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1984년생) 부회장이 지주사와 주력 계열사의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5년간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벗어나 다시 오너경영체제로 전환됐다.

대구가 그룹의 모태인 삼성그룹은 오너 4세 경영을 포기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0년 5월 자녀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겠다는 의미다. 당시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관련 뇌물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이병철 창업주는 1938년 대구 중구 인교동에서 삼성상회를 개업했다. 오늘날 삼성그룹의 모태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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