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달리는 즐거움, 지키는 즐거움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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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0 07:01  |  수정 2024-04-10 07:01  |  발행일 2024-04-10 제26면
마라톤 대회 한해 350여개
참가자 모두 즐거운 축제
일회용품 남용은 '옥의 티'
대구국제마라톤 기점으로
친환경 바람이 불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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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정경부 차장

달리기는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이다. 운동복에 운동화만 갖추면 어디서나 즐길 수 있다. 공원이나 강변 외에도 길만 있으면 뛸 수 있고, 헬스클럽 내 트레드밀 (Treadmil) 위에서도 원하는 만큼 운동이 가능하다. 다른 종목에 비해 전문성을 요하지 않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인터벌 훈련(Interval training)이나 저강도 장거리(LSD) 훈련 등 보다 체계적인 연습법과 페이스 조절 방법 등도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만큼 동호인 수도 많고, 대회도 자주 열린다. 마라톤 대회는 하나의 축제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뛰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감동을 준다. 평소에는 달릴 수 없던 길이 열리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들의 응원이 이어진다. 마치 엘리트 선수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함께 뛰는 이들도 서로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가족이나 친구, 동료 등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라면 금상첨화다.

대회 당일의 분위기는 몸속에 묘한 긴장감과 함께 아드레날린이 돌게 하면서 심장 박동수를 올린다. 개인기록 경신을 목표로 하든, 참가하는 것에 의의를 두든 상관없다. 일명 '대회 뽕'을 맛본 이들이라면 한 번의 참가로 끝나지 않는다. 매년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대회를 찾아다니며 뛰고 또 뛴다.

일부는 란도너스나 그란폰도 같은 장거리 자전거 대회에 참가하고, 수영까지 포함한 트라이애슬론에 도전하기도 한다.

국내 마라톤대회 참가 규모는 상당하다. 지난 7일 열린 대구국제마라톤의 경우 2만8천여 명이 참가해 '벚꽃 러닝'을 즐겼다. 지난해 열린 크고 작은 마라톤대회 수만 350여 개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잖은 숫자다.

대회 참여 경험이 늘수록 드는 생각이 하나 있다. 참가자와 봉사자 모두 즐거운 축제를 넘어 환경도 고려하는 대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가자들의 영양과 수분 보충을 위한 보급식, 체온 조절에 필요한 비닐 우비·수분 스펀지, 짐 보관용 비닐 가방 등 한 번의 대회를 위해 버려지는 일회용품이 너무 많다. 누군가는 분명 '고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한 모금 머금고 버리게 되는 물병과 재활용이 안 되는 종이컵은 자원 낭비는 물론 대회장을 어지럽히는 주범이 된다. 장거리를 뛸 때 물 보충은 필수지만 5㎞나 10㎞ 코스 참가자들은 경기 후 수분을 섭취해도 된다. 하프 이상 참가자들은 물통이 포함된 조끼를 착용하고 에너지겔(탄수화물 등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도록 돕는 영양제)류가 있다면 보급 거리를 더욱 늘릴 수 있다. 더욱이 한여름에 진행되는 대회가 아니라면 수분 스펀지 사용도 불필요해 보인다. 참가자들에게 지급하는 기념품도 티셔츠 대신 물통 조끼나 허리 가방 또는 물품 보관용 가방으로 대체한다면 낭비되는 자원이 줄어든다.

최근에는 일회용 물컵 대신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국내외 대회가 늘고 있다. 또 일부에선 작은 텀블러나 물통을 들고 뛰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대회 참가자 입장에선 분명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 될 수 있다. 기록 경신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변화는 불가피하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다.

특히 공공기관 주최로 진행되는 대구국제마라톤에서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었으면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금을 넘어 친환경의 대명사로 이미지를 구축한다면 대회의 권위도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박종진 정경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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